43년 통닭·45년 국밥… 노포 맛집이 키운 골목시장 [골목시장, 다시 장날]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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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래구 수안인정시장

126개 점포 먹거리 경쟁력 강점
세태 빠르게 대응 선순환 만들어
가격표시제로 바가지 불신 없애

부산 동래구 수안인정시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동래구 수안인정시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동래구 수안인정시장은 43년 된 통닭집과 45년 된 국밥집, 30~40년 역사의 떡집과 중화요리집이 골목마다 자리한 ‘먹거리 시장’이다. 노포를 찾아 일부러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통닭과 국밥 한 끼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반찬과 채소, 과일을 함께 장바구니에 담으며 시장 골목 곳곳에 활기를 더한다.

노포 맛집이 만든 골목시장의 힘

점포 수 126개, 2007년 전통시장으로 공식 인정받은 수안인정시장은 500년 역사의 동래시장 초입에서 노점을 하던 외지 상인들이 모여 형성된 시장이다. 당시 경남 양산과 김해, 부산 기장 등지에서 농수산물을 들고 온 상인들이 동래시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자 골목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이 생겼고, 이후 정부의 인정시장 제도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수안인정시장 유근태 상인회장은 “외지 상인들이 모여 시작한 시장이지만 지금은 동래를 대표하는 골목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며 “부산 도시철도와 동해선, 버스 등 접근성이 좋아 1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연 먹거리다. 부산 3대 통닭으로 꼽히는 ‘희망통닭’은 1983년 문을 연 뒤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동래고등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덕분에 학생 시절 찾았던 손님들이 성인이 돼 가족과 함께 다시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희망통닭을 운영하는 유무열(44) 씨는 “아버지가 늘 ‘100년은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씀하셨다”며 “학생들에게 푸짐하게 내주던 방식 그대로 지금도 12호 닭을 사용한다. 옛 손님들이 자녀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45년 전 문을 연 ‘재민국밥’도 시장의 대표 노포다. 매일 직접 삶은 뼈로 육수를 내는 국밥집으로, 수십 년 단골이 이어지고 있다. 재민국밥을 운영하는 최성환(78) 씨는 “45년 전 동래시장에 있는 친구의 소개를 받아 이곳에 국밥집을 차린 후 30대부터 70대까지 한 우물만 파왔다”며 “수안인정시장에는 우리 가게 말고도 유명한 맛집이 많은 덕에 시장 명맥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수안인정시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동래구 수안인정시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소분 판매부터 가격표시까지 “변화가 경쟁력”

맛집만으로 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수안인정시장은 소비 방식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했다. 전통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시대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상인들 생각이다. 좋은 먹거리와 친절한 서비스, 변화하려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젊은 손님도 찾고 다음 세대도 시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안인정시장에선 대량 판매 대신 1인 가구와 신혼부부를 겨냥해 양배추 한 통을 4등분해 1000원에 팔고, 반찬도 2500~3000원씩 소포장해 판매한다. 유 회장은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양배추 한 통을 사도 다 먹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 가게가 소분 판매를 하지 않으면 손님은 시장 자체를 찾지 않는다. 시장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해 상인들에게 계속 소분 판매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표시제도 시장 경쟁력을 높인 변화다. 대부분 점포가 가격을 표시하면서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신을 없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격을 일일이 물어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시장은 고객 편의를 위한 시설 개선도 꾸준히 추진했다. 상인회 주도로 공영주차장과 공용화장실을 유치했고, 시장 방송을 통해 온누리상품권 사용처와 행사 등을 안내하고 있다.

수안인정시장 정득화 관리부장은 “1000원어치만 사도 기분 좋게 팔자는 것이 상인회의 원칙”이라며 “분실물이 접수되면 대부분 주인을 찾아줄 정도로 작은 친절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골목시장, 다시 장날' 프로젝트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합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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