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스크린셀러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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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국내 출판가에 ‘스크린셀러’ 현상이 뚜렷하다. 과거엔 스크린셀러라 하면 영화가 제작되거나 개봉할 때 관련 서적 판매량이 뛰는 현상 정도로 이해됐지만 최근엔 그 의미가 한층 확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로가 다양해졌는데, 유튜브 등 SNS에 작가나 평론가가 출연해 직접 책을 언급하거나 TV 프로그램이 방송 콘텐츠로 다룬 후 관련 서적 판매가 치솟기도 한다. 주로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OTT 드라마도 소설 인기 역주행의 주요 경로다.

2021년 나온 엔디 위어의 SF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유사한 방식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 한국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그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가 지난 3월 개봉한 뒤로 흥행을 이어간 덕분이다.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지난 3월부터 여러 차례 월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찍더니 결국 상반기 최고 판매 도서 자리를 차지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올해 상반기 도서 시장 핵심 키워드로 ‘역주행’을 꼽기도 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국내외 소설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는데, 작가나 평론가가 유튜브나 방송 등에 출연하거나 추천한 게 인기 비결이었다고 분석했다.

스크린셀러 효과가 불후의 명작들에 유효하다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으로 보인다. ‘언젠가 꼭 읽고 싶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 리스트에서 빠지면 서러울 법한 고전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일이 대표적이다. 5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관련 서적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점가도 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온라인서점은 고정 검색어로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오디세이 원작’을 떡 하니 걸어놨고, 또 다른 온라인서점에서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가 ‘오디세이아’다.

독자 호응도 뜨겁다. 지난달 〈오디세이아〉 관련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00% 가까이 급증했다. ‘영화의 힘’이 세상에 나온 지 2800여 년이 지났고, 전 24권, 1만 2000행의 방대한 분량과 운문 서사시 형식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고전 앞에까지 독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가 대중 서적과 고전을 소환하고, 책은 다시 독자의 삶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일이다. 극한 더위로 야외 활동이 힘든 올여름, 영상이 불러낸 문장들에 빠지는 것도 훌륭한 피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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