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캐디 불볕더위에 고스란히 노출
폭염·휴가 겹쳐 배달 수요 증가
‘온열질환’ 호소 캐디 병원 이송
노동계 폭염 조치 대상 확대 촉구
4일 오후 1시 30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한 이동 노동자가 배달을 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배달 라이더·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불볕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온열질환 우려가 커진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취약 사업장 단계별 작업 중지 조치 이행 지도를 강화할 계획이지만, 특수고용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촘촘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4일 경남 창원시에 따르면 이동노동자 거점 지원센터(1곳)와 쉼터(2곳) 이용률이 최근 폭염 기간에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누적 4만 3082명이 이용한 거점 지원센터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이미 2만 6239명이 이용했다. 마산과 진해 쉼터는 각각 하루 평균 47명, 45명이 이용하는 등 지난해 평균(45명, 41명)을 넘어섰다.
폭염과 수요 증가로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거점 지원센터는 이번 달 운영을 확대한다. 원래 문을 닫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오전 10까지 오후 8시까지 개방한다. 거점 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불볕더위와 휴가 기간이 겹쳐 배달 수요가 많아졌고 공간 이용률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에만 10여 개 이동 노동자 쉼터가 운영 중이지만, 가장 더운 시간대에 일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온열질환 등 피해가 우려된다. 라이더유니온 이상진 부산지회장은 “달리면 열풍, 멈추면 지열에 시달리고 따가운 직사광선은 그대로 받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너무 더워서 죽겠다는 생각이 곧장 들 정도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어지럼증이나 속이 울렁거린다는 동료가 많은데, 서로 쉬라고 권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온열질환 우려는 골프장 캐디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5시 6분 경남 김해시 한 골프장에서 30대 여성 A 씨가 온열질환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는 해당 골프장 캐디로 알려졌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이날 김해 평균 기온은 31.1도로 최고 37.8도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19일 최고 기온 29.5도보다 8.3도 상승한 수준이다.
골프장 캐디는 업무 특성 탓에 뜨거운 햇볕 등 불볕더위에 노출된 상태로 일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발생한 열을 배출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불볕더위를 이유로 업무 중 휴식을 취하기도 쉽지 않다.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B 씨는 “골프장에서는 식염 포도당 섭취를 권고하거나 형식적으로 체감온도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정도이지 덥다고 쉽게 쉴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 조치 대상을 플랫폼·특수고용 직종까지 확대 적용하라고 요구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 김병훈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폭염 시 작업중지권과 2시간마다 20분 휴식 의무화 등 규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실적 문제로 쉽게 휴식하기 어려운 직종은 노동 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부산지회장은 “지자체는 이동 노동자 쉼터 등 폭염 대책을 마련하는데 정작 배달 플랫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