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촌 한복판에 인화물질 창고…불길 번지며 1명 사망·1명 중상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게차 발화 추정”…미신고 인화물질 취급 조사
3만 5000여 위험물 시설 중 소방 점검은 연 10%뿐
김상욱 시장 “주택가 맞닿은 위험물 시설 전수조사”

3일 오전 울산 남구 삼산동 원룸촌의 한 페인트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짙은 회색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상민 기자 3일 오전 울산 남구 삼산동 원룸촌의 한 페인트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짙은 회색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상민 기자

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삼산동 페인트 자재 보관 창고 건물이 뼈대만 남은 채 전소됐다. 짙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는 창고 내부에 소방당국이 화재 발화 원인으로 추정한 지게차가 불에 탄 채 놓여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삼산동 페인트 자재 보관 창고 건물이 뼈대만 남은 채 전소됐다. 짙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는 창고 내부에 소방당국이 화재 발화 원인으로 추정한 지게차가 불에 탄 채 놓여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울산 도심 원룸촌 한복판의 미신고 위험물 저장 시설에서 불이 나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관리 사각지대가 빚은 이번 화재로, 주거지에 자리한 위험 시설이 언제든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는 주택가 인근 위험물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3일 오전 8시 20분께 울산 도심 번화가인 남구 삼산동의 한 페인트 보관 창고(연면적 280.5㎡·지상 2층)에서 불이 났다.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9분 만인 오전 8시 2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38대와 소방·경찰 등 총 113명의 인력을 현장에 집중 투입해 오전 8시 58분 초기 진화를 마쳤다. 불은 낮 12시 26분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창고 오른쪽에 붙어 있는 빌라 3층에서 60대 여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60대 남성 1명은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가벼운 부상을 입은 3명은 현장 응급처치 후 귀가했다. 창고 옆 빌라 2층에 고립됐던 주민 1명은 출동한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구조됐다.

불이 난 곳은 원룸과 빌라가 밀집한 삼산동 번화가로, 진입 도로가 좁아 한때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이 창고 양옆 건물로 옮겨붙으면서 인근 원룸·빌라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화재 발생 직후인 오전 8시 20분께 보호차단기가 작동하면서 인근 60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가 오전 10시 46분 재개되기도 했다. 화재 당시 짙은 검은 연기가 수십 미터 높이로 치솟아 일대를 뒤덮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컸다.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가 대기 유해물질을 측정한 결과 다행히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계열 물질의 특이사항은 검출되지 않았다. 인근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한 목격자는 “펑 펑 하는 폭발음이 여러 번 났고 연기가 막 뿜어져 나오길래 곧바로 신고했다”며 “길이 좁아 차가 꼼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울산 도심 페인트 창고 화재로 불길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울산 도심 페인트 창고 화재로 불길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삼산동 페인트 창고 건물이 뼈대만 남긴 채 완전히 무너져 내려 있다. 짙은 연기가 인근 원룸촌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집중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삼산동 페인트 창고 건물이 뼈대만 남긴 채 완전히 무너져 내려 있다. 짙은 연기가 인근 원룸촌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집중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에서 지게차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창고 내부에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이 다량 보관돼 있어 불길이 급격히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업체는 일반 창고 시설로만 허가 받았을 뿐,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른 위험물 시설로 허가받거나 신고한 적이 없는 3급 미만의 일반 대상물로 파악됐다.

현재 울산 관내에 등록된 위험물 시설(특급·1~3급·일반 대상물)은 총 3만 5000여 곳에 달한다. 소방당국이 예방 실사를 벌이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사고 위험이 높은 특급~3급 위주로 매년 전체의 10% 수준인 3500여 곳에 대해서만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체 3만 5000여 곳의 시설 중 주택가와 맞닿은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주거 밀집지역에 자리 잡은 위험물 창고에서 또다시 불이 날 경우 언제든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시급히 실태를 파악하고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한 뒤, 긴급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후속 대책을 지시했다. 김 시장은 “인화 물질이 가득 적재된 공간 바로 옆에 원룸이 붙어 있고 희생자까지 발생한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구·군과 협조해 주택가 인근 위험물 저장 시설 실태를 즉각 전수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현행법상 제재가 어렵다면 조례 제정이나 초기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주거지와 위험 시설 간 이격 거리를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서에 요구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현장에 다량의 페인트 자재 등 인화성 물질이 적재돼 있었던 만큼, 합동 감식을 통해 미신고 위험물 취급 여부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