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현장 숙련공 노하우 AI로 손쉽게 대체?… 노동계 ‘이유 있는 반발’
암묵지
지난 5월 인도의 한 가정에서 주부가 머리에 스마트폰을 쓰고 망고를 썰고 있다. AFP연합뉴스
‘암묵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으로 체득한 지식을 말한다. 헝가리 출신 과학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가 처음 제시했다. 현장 숙련 노동자들이 반복된 작업과 현장 대응을 통해 얻은 경험과 판단, 직관은 문서나 매뉴얼로 정리되지 않는다. 손끝과 기계음으로 기계 오류를 잡고 쇳물이 튀는 모양만 보고도 산소를 불어넣을 시간을 결정하는 제조업 숙련 노동자의 암묵지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암묵지를 데이터로 전환해 AI 모델로 학습시킨다면 현장 숙련공 은퇴로 단절 위기에 처한 암묵지를 전승하고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도 이룰 수 있다는 구상이 나왔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4월 자동차·조선·철강 등 10개 분야에서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산업계는 암묵지 데이터화와 AI 활용 지원을 환영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체계적인 암묵지 전수 작업이 어려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암묵지가 데이터로 이용되고 그 성과와 보상은 기업이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데이터를 뺏기고 일자리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잇따라 반발 성명을 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망고를 써는 주부부터 봉제 공장 노동자까지 스마트폰 카메라를 머리에 쓰고 AI 학습을 위한 몸짓 데이터를 헐값에 제공하는 ‘데이터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영상과 음성 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해 피지컬 AI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피지컬AI 특별법안’도 발의됐다. 노동자의 데이터 주권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논의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