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시장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
송지연 사회부장
전재수 당선인 8년 만에 시정 권력 교체
부산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 속 당선
부산 국회의원·시의회 환경 녹록지 않아
이 대통령 의지에 달린 부산 발전 한계도
난관 뚫고 '전재수여서 가능' 보여주길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후 부산시장의 당적은 국민의힘 계열 일색이었다. 여기에 처음으로 균열을 낸 것은 2018년 당선된 오거돈 시장이다. 23년 만에 시정 권력이 교체된 동력은 변화에 대한 부산시민의 뜨거운 열망이었다. 하지만 마치 권력 교체로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오 시장은 임기 내내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최악의 방식으로 시민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으며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부산시민들은 8년 만에 다시 ‘변화’를 선택했다. 누구는 ‘오거돈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인사에 대한 부산시민의 거부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부산의 급박한 사정을 생각하면 트라우마 따위를 운운할 상황이 아니라고 시민들은 판단한 모양이다. 부산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절박함, ‘이번에는 부산을 바꿔달라’는 간절한 염원 속에 전재수 후보는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정당 색깔과 상관없이 ‘전재수’라는 인물에 거는 부산시민의 기대는 명확하다. 해양수산부와 HMM 이전을 성사시킨 추진력으로 희망을 눈앞에 보여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의 전체적인 선거 결과는 녹록지 않을 현실을 예고한다. 전 당선인의 지역구였던 부산 북갑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되면서 전 당선인은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다. 부산시장과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이 없어지면서 부산 현안을 입법화하는 데 ‘비빌 언덕’이 없어졌다. 게다가 한 의원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기존 부산의 국회의원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그 갈등의 여파가 부산시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정을 견제하는 부산시의회 구성도 전재수 당선인의 시정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이번 선거로 탄생할 10대 부산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인 11명과 국민의힘 소속 37명으로 구성된다. 비례대표 이외 민주당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없었던 9대와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여소야대의 지형에서 전 당선인의 시정 운영에 상당한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경남에서는 박완수 경남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 당선인이 그려왔던 메가시티 구상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박 지사는 마산·창원·진해 통합 당시 창원시장으로 통합에 찬성했다가 이후 통합 후유증을 직접 목격하고 행정통합 반대로 돌아선 인물이다. 부산이 전국 처음으로 메가시티로 지정되어 지역 통합의 선두에 나섰다가 좌초된 것도 박 지사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 당선인이 지역을 살릴 핵심 어젠다로 꼽은 메가시티 구상은 박 지사의 당선으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뚫고 전재수 시정은 인구 소멸 위기 속의 부산을 살려야 한다는 소명을 부여받았다. 특유의 친화력과 해수부 장관 시절 보여준 돌파력으로 이들 난제를 쾌도난마처럼 해결할 수 있을까?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망설여진다. 글로벌특별법 무산 과정에서 보여준 용두사미 행태의 장면이 떠올라서다.
글로벌특별법은 전 당선인이 공동발의한 법안이다. 2년간 법안이 표류하며 국회 상임위에서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고, 박형준 시장은 막판 삭발까지 감행하며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당시 선거 초반 주도권 싸움 양상에서 전 당선인은 해결사를 자처했다. 이후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그의 말대로 해결이 되는 듯했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결국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상임위 논의를 거쳐 통과된 법안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면 멈추는 현실은 전 당선인이 헤쳐 나가야 할 가장 큰 난관일지 모른다. 전 당선인이 선거 내내 강조했던 ‘힘 있는 여당 시장’은 이 대통령의 의지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전 당선인의 역량에 기대를 건다. 이번 부산 북갑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자리는 내준 것은 역설적으로 ‘전재수였기 때문에 여태 지역구를 지킬 수 있었음’을 방증한다. ‘보수 텃밭’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10년 가까이 지역민의 신뢰를 받았던 전 당선인의 진가를 이제 330만 부산시민 앞에 증명해 보일 때다.
가덕신공항과 부산의 항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해양수도로 거듭나는 부산, HMM를 필두로 관련 기업들이 대거 부산으로 이전해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부산, 북항의 최신 돔구장 주변 바다에는 홈런볼을 잡기 위한 배들이 떠있고, 전국과 해외에서 수많은 야구팬들이 북항으로 몰려오는 부산이 전재수 시정에서 가능한 일이 되길 소망한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전 당선인의 성공적인 시정 운영을 진심으로 바란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