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노조, 결성 2개월 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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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가총액 1위 반도체 부품 기업
세 차례 교섭 결렬, 파업 찬반 투표
노조 “노동환경 열악·기본권 훼손”
사측 “조정 절차에 적극 응하겠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가 지난달 6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환경 개선과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가 지난달 6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환경 개선과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부산 시가총액 1위인 반도체 부품 기업 리노공업 노조가 결성 2개월 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부산일보 5월 29일 자 1면 보도)하고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선다. 노조는 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통제적인 조직문화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사측은 교섭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었을 뿐이고, 향후 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31일 리노공업 노사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리노공업지회는 지난달 2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 신청은 단체교섭이 결렬됐을 때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돌입하기 전 관할 지노위에 조정을 의뢰하는 절차다. 조정 기간(10일) 동안 노사가 조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리노공업 노조는 주초 파업 찬반 투표도 예고했다.

리노공업 노조는 지난 3월 결성 이후 노사가 세 번째로 마주한 지난달 28일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신규 인력들로 만든 경영지원실을 내세워 노조 요구안은 검토 시작조차 않은 채 교섭 진행 방식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하면서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노조는 당장 파업을 하겠다기보다 성실한 교섭을 원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기본권 침해, 억압적인 조직문화의 개선을 요구한다. 리노공업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초호황으로 주력 제품인 테스트 소켓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무량이 급증했다. 일상적인 업무량 과중에 특별연장근로까지 더해지면서 직원들의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섰는데도 회사는 특근을 강요하면서 기본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김승하 리노공업지회장은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 특별연장근로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강압적으로 동의서를 강요했고, 지난달 29일에는 특근 거부에 대해 업무방해 등을 언급하면서 엄정 대응하겠다는 공지문을 게시하기도 했다”며 “연휴도 없이 주 7일 62시간 근무가 이어지면서 건강이 악화된 직원들이 속출하는데도 회사는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현장 사기도 저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차 휴가나 점심 시간 외출 등 정당한 권리조차 제한하고 온갖 이유로 사유서나 반성문 제출을 요구하는 문화도 장시간 이어져왔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실제로 노조 결성 이전까지 직원들은 연차 휴가를 쓰려면 3일 전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고, 점심 시간 외출도 금지돼 여성 직원이 생리대를 사러 가려고 해도 외출허가증을 받아야 했다. 이 두 가지는 노조 결성 직후 노조 건의로 폐지됐다.

기형적인 임금 구조 개선은 노조 요구안의 핵심이다. 김 지회장은 “11월 말에 몰아서 지급하는 성과급이 전체 연봉의 절반을 훌쩍 넘는데, 1년 동안 사유서를 제출하면 1회당 기본급의 100% 식으로 성과급이 깎이는 구조”라며 “사내 교육에서 졸았다거나 잔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유서 제출 요구를 남발하는 데다 기업 매각설까지 불거지니 고용과 처우에 대한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리노공업의 노사 갈등이 창업자이자 대표의 존재감이 압도적인 지역 제조 기업이 급격히 덩치가 커진 반면, 노동환경이나 조직문화가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석병수 센터장은 “국내 노조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역사가 오랜 기업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조직되고 쌓여 있던 문제가 분출한 만큼 노사가 마음을 열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노공업 측은 “회사는 교섭을 시작하면서 일정과 방식 등 룰을 먼저 정하려고 했던 것이지 교섭 의지가 없다거나 시간 끌기를 하려고 했다는 건 오해”라며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만큼 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결과에 따라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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