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100, 사상 61… 침수 막는 차수판 설치율 ‘지역 격차’
민간이 신청하면 관에서 지원
부산 구·군별 최대 38% 차이
수영구 등 5개 구 100% 자랑
개당 설치비 100만~200만 원
재정자립도 따라 집행액 편차
부산 16개 구·군의 집중 호우 발생 시 침수 피해를 막는 차수판 지원 사업 상황이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영도구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수판이 설치된 모습. 영도구 제공
집중 호우 발생 시 침수 피해를 막는 차수판 지원 사업의 지자체별 편차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1억 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예산이 적은 곳은 3000만 원 수준으로 신청 대비 설치 비율이 60%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한 사업마저도 재정 여건에 따라 격차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31일 부산 지역 16개 구·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차수판 설치 지원 사업 진행 결과 전체 1606건 신청 중 1446곳에 차수판이 설치돼 설치율 약 90%를 기록했다. 차수판 설치 지원 사업은 부산에서 2010년부터 시행됐지만, 2022년 태풍 힌남노 상륙 이후 침수 방지 필요성이 부각되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차수판 설치를 신청한 시민 대부분은 개인 주택 거주자였다.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은 최근 건설 단계부터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들어서거나, 단지 차원에서 별도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차수판 지원 신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전체 설치율은 높지만 지역별 격차가 컸다. 수영구(322건)와 금정구(98건), 동구(42건), 부산진구(53건)는 설치율이 100%로 나타났다. 해운대구 역시 100%(65건)를 기록했다. 해운대구는 2022년에 차수판 신청 대기 중이던 22곳까지 2023년에 모두 설치하기도 했다.
기장군과 강서구는 각각 98.1%(103건), 96.2%(127건)로 뒤를 이었다. 영도구는 81.2%(69건)였고, 연제구(71.4%·95건), 북구(70.8%·34건) 순이었다. 반면 사상구는 61.6%(53건)로 16개 지자체 중 설치율이 가장 낮았다.
차수판 설치율은 각 기초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났다. 부산 16개 구·군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강서구, 기장군, 해운대구는 설치율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 3개 구·군의 재정자립도는 20%가 넘는다. 이들 지자체에서 지난 3년간 투입 예산은 2억 2000만~3억 3000만 원에 달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10%를 밑도는 북구(9.9%)와 영도구(9.6%)는 3년 동안 각각 8200만 원, 1억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차수판 설치율이 낮은 지역은 지자체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설치 비용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개당 100만~200만 원 수준이다. 공동 주택용 6~7m 길이 차수판 설치에는 최대 1000만 원이 든다. 부산시가 설치 비용의 30%를 지원하지만 재정 여건이 부족한 구청들은 차수판 설치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정확한 신청 건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각 구청은 예상되는 신청 건수에 따라 지원 사업 예산을 결정하는데, 집중 호우가 발생하면 설치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북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2024년 집중 호우 당시 침수 피해 접수가 103건에 달했다”며 “해마다 신청 건수가 확보한 예산을 초과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산이 적은 구청들은 차수판 설치보다 집중 호우 발생 전 침수 사전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영도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장마철이나 태풍 상륙 전에 하수관로 준설 작업을 통해 배수 불량을 방지할 계획”이라며 “방재 시설 가동 상태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