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특별한 결심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직할시 승격에도 기회 못 살린 부산
글로벌법 입법은 다시 찾아온 기회
발전 동력 활용한다는 각오 다져야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부산이 중앙정부에 특별한 요구를 처음 했던 것은 해방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1949년 부산에서는 부산특별시 승격 운동이 전개되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앞장을 서고 부산시는 물론 정치인들까지 참여한 시민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 때 부산 인구는 50만 명을 향해 가고 있었다.
5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들과 50만 명에 육박해 가는 부산을 동격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국회의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서울과 경남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서울과 같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은 서울지역 의원들과 경남에서 알짜배기인 부산이 떨어져 나가는 데 불만을 가진 경남지역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반대를 하였다. 그리하여 특별시를 직할시로 바꾸면서까지 국회에 올렸던 승격안은 네 번이나 부결되었다.
그러다가 1963년 1월 1일 박정희 정부의 선물로 부산직할시가 되었다. 오늘날 부산의 성장과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직할시 승격을 거론한다. 직할시가 되면서 경남도를 거치지 않고 중앙정부를 상대할 수 있게 되고, 도시계획도 스스로 짤 수 있게 되었다. 직할시에 걸맞은 직제도 만들 수 있게 되어 대외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일한 직할시였던 부산이 이 특별한 지위를 부산 발전의 특별한 동력으로 제대로 활용해 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직할시로 승격된 지 꼭 10년 후인 1973년에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하면서 공업 구조의 대전환을 선포하였다. 이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후 도시 발전의 승패를 가르는 거대한 분수령이었다.
많이 지적된 대로 부산은 반대의 길을 갔다. 오히려 부산은 노동집약적 공업에 더욱 집중하였고, 중화학공업은 외면하였다. 그 결과는 성장동력의 약화였다. 이것이 선택의 실패였는지 여건의 미흡함 때문이었는지는 아직 제대로 논의된 바 없다. 잘 나가던 노동집약적 공업에 집착한 것이 선택의 실패라면, 여건의 미흡은 중화학공업을 받아들일 땅의 부족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직할시가 되면서 부산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가용 용지를 넓히는 것이었다. 직할시가 된 지 15년이 지난 1978년에야 낙동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 때 비로소 김해의 대저와 명지를 부산에 포함시켰다. 부산의 대표 공업단지가 된 녹산을 편입한 것은 1989년에 가서야 가능하였다. 경남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이 경남지역으로 시역을 확대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2년 전 부산은 직할시 승격 이후 또 한번 정부에 특별한 요청을 하였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그것이다. 부산광역시를 물류, 금융 및 디지털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자는 제안이다. 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번번이 뒤로 밀리면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침내 빠른 입법 절차에 들어가는 모양새이다. 선거를 앞두고 처리를 압박한 국민의힘의 요구와 시민들의 표를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의 전격 수용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서로의 성과라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지만, 그동안의 행태들을 보면 어느 쪽도 성과를 온전히 가져가기에 마뜩찮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보다 지금 다투어야 할 것은 어떻게 하여야 특별법이 부산의 미래에 정말로 특별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두고 중론을 모으는 것이다. 사실 특별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부산이 요구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균형발전에서 충분히 경험했듯이 법안은 잘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추진은 지지부진하기가 일쑤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부산에 어떤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인가는 부산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있다. 더욱이 지방선거 이후 닥쳐올 광역권 통합과 같은 또 다른 특별법 속에서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를 잘 추진해 나가는 것은 매우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공을 놓고 다투는 것보다는 부산이 어떻게 특별법 이후를 준비하고 대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어야 한다.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경계하여야 할 것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논쟁은 본질을 흐리고 추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별법을 그야말로 부산 발전의 특별한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부산의 ‘특별한 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