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AI는 바다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다
김종덕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미지의 해양 생태계, 예측 불확실
해저 탐사·수산 자원 데이터 중요
연안 국가 한국, AI 활용 주도해야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정치·경제 지형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산업 역량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지능이 인류에 기여하여 세상을 더욱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AI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AI에 대한 이러한 전망과 기대의 근원은 새로운 창조 행위를 통해 미래의 힘과 부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한계 또는 숙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 인식에 근거를 둔다. 전자는 각국 정부와 선도 기업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상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후자에 주목한다. 지구상에서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생명의 가장 큰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순환의 99%를 책임진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초과 에너지(열) 가운데 약 90% 이상을 흡수하여 더 급격한 온난화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인류에게 건강한 식량을 공급하고, 대항해시대 이후에는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해상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바다를 잘 모른다. 해저 지형의 80%는 정밀하게 조사되지 않았고, 해저 상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넓고 깊고 이동이 자유로운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존재하는 해양 데이터는 국가별, 해역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조사되거나 부분적이며 전통적 방식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변화가 가속화하는 지금, 해양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거대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바다는 수온과 염분, 해류, 용존 산소, 영양염 등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자연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장 관측은 날씨의 제약을 받고, 위성 관측은 대부분 표면 정보만 제공하며, 부이나 조사선 관측은 빈틈이 많다. 이 ‘관측의 공백과 단절’이 해양 예측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정보들은 해상 풍력, 해저 케이블, 해양플랜트, 항만 시설 등 전략 인프라의 안전 관리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기존 예측 모델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예측이 확대되어 제한된 데이터를 보완하며 재해나 재난 예측과 적조, 저산소 수괴, 갯녹음 등 해로운 자연 현상을 빠르고 정밀하게 예측하게 될 것이다.
수산자원 관리에서도 AI는 미래 어업의 ‘새로운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주요 어종의 분포와 산란 시기가 바뀌고, 회유 경로도 예측 불가능할 수준으로 일정하지 않다. 선박 중심의 자원 추적·조사 방식만으로는 광범위하고 급변하는 해양 생태계를 따라잡기 어렵다. AI는 기존 조사에 더해 드론, 위성, 수중 카메라, 음향 센서, 선박 AIS 등을 결합해 어종을 자동 식별하고 자원량을 추정하며, 산란장 변화와 회유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게 될 것이다. 불법 어업 감시도 AI 기반 패턴분석으로 한층 정교해질 것이다.
해저 탐사에서도 AI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심해는 인간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미래 에너지·광물 자원, 독특한 생태계, 기후변화 정보를 담은 지질 기록 등이 존재한다. AI와 자율무인잠수정(AUV)의 결합은 이 영역을 빠르게 열어젖히고 있다. AUV는 AI 기반 경로 설정과 자율 운항으로 정교한 해저 탐사가 가능하며, 수집한 고해상도 영상과 음향을 AI가 분석해 해저 지형 변화, 해저 생물상과 같은 해저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줄 것이다.
이처럼 AI는 해양 예측·수산 자원·해저 탐사라는 영역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기술적 가능성에 비해 제도적·행정적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 국가 차원의 해양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AI 기반 관측·예측 연구 투자 확대,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해양수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가 발달한 연안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전환을 선도할 충분한 역량과 필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바다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자 인류의 식량과 산업, 과학의 미래를 품은 공간이다. 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미래의 해양 위기를 예측하기를 바라는 것과 바다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경쟁력 있게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욕심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다를 매우 지능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기술이며, 그 중심에는 AI가 있다. 잘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비밀을 풀어내고 예측하는 AI라는 열쇠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