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고개 숙인 경찰 “3·15의거는 민주주의 뿌리”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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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물리력 행사 진심으로 사과”
역사적 의미 되새기고 인권 보호 실현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은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경찰 대표로서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은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경찰 대표로서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과거 3·15의거 과정에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눴던 경찰이 66년 만에 처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은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경찰 대표로서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국민을 향해 물리력을 행사해 수많은 희생을 야기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많이 늦었지만, 경찰 책임자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사명에 충실하겠다”며 “다시는 경찰의 권한이 잘못된 방향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교육을 강화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3·15의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된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이며 그 희생 위에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세워졌음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마산 지역 학생과 시민이 부정선거에 맞서 일으킨 국내 첫 유혈 민주화운동이다. 당시 경찰 발포로 당일에만 7명이 실탄에 소중한 목숨을 잃었으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부산일보>를 통해 시위 때 사라졌던 김주열 열사가 마산 앞바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결국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킨 4·19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그간 유가족과 3·15의거 관련 단체에서 경찰에 공식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진 않았다.

김 청장은 잘못된 공권력 행사를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해 이번에 공식 석상에 올랐다. 경남경찰청은 앞으로도 3·15의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의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은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경찰 대표로서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은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3·15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경찰 대표로서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한편, 경남경찰청은 지난해에도 과거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의령군 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우순경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김성희 전 경남경찰청장이 참석해 “경찰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사과 말을 전하지 못했다”며 “더 늦기 전에 유가족과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서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파출소 옆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과 실탄 129발, 수류탄 6발을 탈취해 궁류면 4개 리(里)를 거닐며 56명을 사살하고 34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군사정권에 의해 언론보도가 제지되는가 하면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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