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도 삶의 조건으로…‘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에 스밀얀 라디치(종합)
역대 두 번째 칠레 출신 수상자
엡스타인 파문으로 발표 늦어져
'비오비오 지역극장'(2018). 이완 반,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레스토랑 메스티소'(2006), 곤잘로 푸가,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2014). 이완 반,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피테 하우스’(2005). 크리스토발 팔마, 프리츠커상 제공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60)가 선정됐다. 칠레 출신 건축가가 상을 받는 건 2016년 빈민들을 위한 사회적 건축으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에 이어 두 번째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와 메달이 수여된다.
상을 주관해 온 미국 하얏트 재단은 지난 13일 “그의 건축물들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하며 의도적으로 미완성된 듯 보이지만, 구조적이고 낙관적이며 고요하면서도 기쁨이 넘치는 안식처를 제공하며, 취약성을 삶의 경험에 깃든 조건으로 받아들인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스밀얀 라디치는 “내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모든 건축물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예산, 규모, 용도, 재료는 다양하지만 모두 어떤 절제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제미란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26년 프리츠커상에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 프리츠커상 제공
1965년 6월 21일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칠레 가톨릭대학과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95년 산티아고에 건축사무소를 내고 활동하며 스페인, 스위스, 영국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작 ‘석탄집’(1988).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 프리츠커상 제공
‘피테 하우스’(2005). 크리스토발 팔마, 프리츠커상 제공
'직각의 시를 위한 집'(2013). 크리스토발 팔마, 프리츠커상 제공
대표작은 임시적인 거주 공간으로 설계한 초창기의 ‘석탄집’(1998)을 필두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피테 하우스’(2005), 채석장에서 캔 바위를 식당 공간의 지지체로 세운 ‘레스토랑 메스티소’(2006), 사색적인 휴식처를 상징하는 ‘직각의 시를 위한 집’(2013), 돌 위에 도넛 모양새의 유리섬유 조각을 놓은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2014), 반투명 외벽이 빛을 조절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음향 성향을 향상시킨 ‘비오비오 지역극장’(2018), 제22회 칠레 건축 비엔날레를 위한 ‘구아테로’(2023) 등이 있다.
한편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해마다 3월 첫째 주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는 재단 이사장 톰 프리츠커가 금융재벌이자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사실이 드러나 회장 자리를 물러나는 바람에 발표가 이례적으로 미뤄졌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