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공항 노선 줄이는 대한항공 지역민은 안중에 없나
부산~일본 황금 노선 줄이고 인천은 늘어
지역민 선택권 박탈 조치…전격 철회해야
대한항공이 성수기를 앞두고 김해공항 인기 노선을 줄이고 인천 노선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여 지역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오는 25일부터 부산~일본 나리타 노선을 하루 3편에서 하루 2편으로 축소 운행한다. 또 나리타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는 노선도 하루 3편에서 하루 2편으로 축소된다. 부산~후쿠오카 노선도 하루 2편에서 1편으로 준다. 반면 인천~나리타 노선은 6월 1일부터 하루 5.5편에서 6편으로 오히려 늘어난다.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은 수도권 항공 독점을 심화시키고, 지역 균형 발전의 가치를 외면한 처사다.
대한항공이 효율성 추구라는 명분 아래 추진하는 김해공항 인기 노선 감축은 지역민의 항공 선택권 자체를 빼앗는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부산~나리타 노선의 경우, 기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있던 선택권을 모두 오전 시간대로 몰아버렸다고 한다. 이는 오전에 끝없는 출입국 대기 행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의 상황을 도외시하는 행태다. 김해공항은 오전 6~8시 사이에 54개 노선이 몰려 대기와 지연이 일상처럼 돼 버렸다. 수많은 동남권 주민이 포화 상태의 김해공항에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비행편 축소도 문제지만, 비행 일정을 오전에 밀어 넣은 것은 지역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향후 진에어 중심의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 때, 지역 노선은 줄이고 수도권 중심의 노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대한항공이 노골적으로 인천공항만을 바라보는 행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자 ‘지방 공항 LCC 허브 육성’을 내세워 부정적 여론을 진화했다. 그러나 2022년 통합 LCC 본사 소재지에 대해 “진에어를 브랜드로,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운영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3월에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지역 염원을 깡그리 무시했다. 지금 상황도 지방은 안중에 없는 대기업의 민낯을 보여준다.
항공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허브도시’를 꿈꾸는 부산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선이다. 부산과 일본을 잇는 하늘길 축소는 동남권 이용객에게 사실상 인천 경유를 강요하는 셈이다. 동남권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선택권마저 줄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치를 전격적으로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산시는 부산~일본 황금 노선 사수와 시간대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지역의 균형과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노선 재분배와 항공 정책 제시에 나서야 한다. 독과점 항공 기업의 전략에 언제까지 지역민만 희생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