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다… 연금개혁 18년 만에 '급물살'
여야, 연금개혁안 합의
민주당 소득대체율 43% 수용
보험료율 9%에서 13%로 올라
기금 소진 시점 9년 늦춰져
구조 개혁 놓고는 진통 예상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오랫동안 대치하던 여야가 ‘소득대체율 43%’에서 합의점을 마련하며 18년 만에 연금개혁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합의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 연금개혁이 이뤄진다.
하지만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수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와 연금개혁을 논하는 특위 구성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입장 차이가 남아 있어 연금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0일에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모수 개혁은 국민연금에 ‘내는 돈’을 정하는 보험료율과 ‘받는 돈’을 정하는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바꾸는 개혁이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을 일찌감치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21대 국회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4%를,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3%를 주장하며 대립했지만 여야는 지난 14일 43%로 잠정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이 통과되면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이뤄진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후 세 번째 이뤄지는 연금개혁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진다. 내년 가입하는 평균소득 수준(월 309만 원)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는 지금보다 월 12만 원(절반 회사 부담) 늘어나고, 수급 연령에 도달한 후 첫 해 급여는 월 9만 원 늘어난다. 가입 기간 40년, 수급 기간 25년을 가정하면 내는 돈은 지금보다 5000만 원, 받는 돈은 2000만 원 늘어나는 셈이다.
여야간 합의로 국민연금 모수 개혁이 순풍을 타고 있지만 구조 개혁은 난항이 예상된다. 구조 개혁은 단순히 수치를 변경하는 것을 넘어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손보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인구 구조,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두고 여야간 이견이 크다.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자동조정장치가 실질적인 연금 삭감 장치이라고 반발하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도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부가 5년마다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고를 강화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우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자동조정장치처럼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 연금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야는 국민의힘 6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특위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지만, 특위 구성안의 문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모수 개혁안 처리에 앞서 특위 구성안에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조항을 넣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우선 합의된 모수 개혁부터 처리한 뒤 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처리’ 문구 삽입 없이는 모수 개혁안 합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이날 오후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 관련 실무협의를 위한 회동을 추진했으나 국민의힘 측이 거절하면서 회동이 무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8일 열리는 복지위 전체회의에 모수 개혁안을 상정하고 20일 본회의에서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야 간 의견 충돌로 본회의 상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수 개혁은 분리해서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을 (국민의힘은) 연금특위 구성이 안 되면 못 한다고 연계하고 있다”라며 “이해할 수 없고 합의대로 (모수 개혁안은) 다음 주에 처리하고 (이후) 연금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