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뒤끝’ 윤·한, 보선 승지 부산서 여론전 나서나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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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2일 금정 승리 후 첫 부산행
韓, 23일 감사 인사 하러 금정 방문
부산 보선 결과 공로 신경전 양상
국힘 친한계는 노골적 불만 토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또다시 충돌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하루건너 부산을 훑으면서 이들의 미묘한 동선에 이목이 쏠린다. 갈등 구도가 깊어진 양측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22%포인트(P) 차로 대승을 거둔 부산을 일제히 찾는 셈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보선 승리 상징성을 가진 부산을 기반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2일 오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개막식을 찾았다.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는 이날부터 25일까지 4일간 열린다. 윤 대통령은 개막식 행사 이후 부산 동구 소재 초량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들을 만났다.

이날 윤 대통령의 부산·울산·경남(PK) 밀착 행보는 지난 18일 이후 불과 4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과 특정 지역 단체장 만찬은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 각 지역별 핵심 현안에 정부가 힘을 싣겠다고 밝히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대통령 관저 PK 단체장 초청 만찬부터 부산 방문까지 모두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안에 이뤄진 셈이다.

한 대표도 23일 또다시 부산을 찾는다.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따른 금정구민 감사 인사 차원으로, 부산 의원들과 함께 서동 미로시장을 방문한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잇따른 PK 밀착 행보와 한 대표의 부산 방문이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1일 윤·한 면담에서 양측은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해법과 관련한 본인의 제안이 공개적으로 반려당했고,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강수’에 일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거절로 응수했다. 한 대표의 김 여사 측근 인적 쇄신 건의에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잘못했는지 소상하게 알려주면 조치하겠다”고 선을 그었고, 김 여사의 의혹 규명 협조 건의에 대해선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고, 윤 대통령은 강경한 면모만 드러내 양측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긴 면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심이 악화하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확실한 지지 기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신경전이 부산 보궐선거 승리의 ‘공’이 어디에 있느냐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금정구청장 보선 결과는 한 대표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 금정 총선은 13%P 차로 이겼지만 이번에 22%P차를 기록하면서 한 대표에게 정치적 활로를 열어준 셈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용산과의 차별화’를 승리 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대통령실 입장은 다르다. 이번 부산행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PK 지역을 다지면서 이곳 민심을 선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 한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김 여사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접어들지 않을까 본다”며 “양측이 보선에서 승리한 부산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론전이 시작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날 빈손 회동 이후 당내 친한계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면담에)대통령이 25분 정도 늦게 왔는데 한 대표를 안에 앉아서 기다리게 한 게 아니라 밖에서 서 있게 했다”며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구도가)마치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도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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