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분석 결과 브레이크등 안 켜져
경찰,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활성화

3일 오전 이틀 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청역에서 지난 1일 시민 9명을 숨지게 만든 역주행 교통사고에서 60대 차량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A(68) 씨가 운전해 사고를 낸 제네시스 G80 차량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차량 급발진, 속도, 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도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보통 1~2개월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사고 중대성을 고려해 분석 기간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3일 “EDR 기록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최종적으로 보고 말씀드리는 게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EDR 기록을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A 씨가 사고 직전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 브레이크등도 켜지지 않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과 보조 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경찰과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 차량에 함께 탄 A 씨 아내는 지난 2일 경찰에 사실상 급발진을 주장했다. 경찰은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1차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EDR 기록과 브레이크등과 관련해 알려진 정황을 보면 급발진을 증명하긴 어려운 상태다.

이번 사고 운전자가 68세로 확인되면서 부산에선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은 올해 4월 기준 부산 65세 이상 인구가 약 76만 명으로 부산 전체 중 23.1%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라는 점을 고려해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려 한다. 대형 전광판, 도시철도, 방송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도로교통공단과 교통문화연수원과 협업해 운수 사업 종사자를 포함한 고령 운전자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 지역인 34곳에 경찰력을 우선 배치해 사고 예방 활동에 나서고, 안전 확보를 위해 대각선 횡단보도와 동시 보행신호, 보행신호 적색 잔여 표시장치(착한 신호등) 등 안전시설도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에 적극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고령 보행자도 안전한 횡단 시설을 이용하는 등 안전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