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까다로운 조건에 보금자리론 ‘시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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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주택 마련 정책 상품 외면
2~4월 3개월 대출액 5057억 불과

시중은행보다 금리 1%P가량 높아
부부소득 7000만 원 이하 등 제약
시장 예측 실패 등 무용론마저 제기

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대표적인 내 집 마련 정책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인기가 시들하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대표적인 내 집 마련 정책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인기가 시들하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지난해 대표적인 ‘내 집 마련 대출’로 꼽혔던 보금자리론 대출 인기가 1년 만에 시들해지고 있다.

은행 금리보다 높고 대출 조건도 까다로워 시장의 냉혹한 외면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주택 마련 정책 금융 상품인 만큼 금리 인하를 포함해 대대적인 상품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보금자리론 대출액은 30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출시 이후 2월~4월 3개월간 대출액은 5057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개월간 판매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이 총 43조 4000억 원이 완판됐는데, 특례보금자리론 월 평균 판매액(3조 6000억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금공은 지난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접수를 마감하고 보금자리론 대출을 시작했다.

보금자리론 대출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데는 높은 금리가 자리한다. 이달 기준 보금자리론 금리는 3.95%(10년 만기)~4.25%(50년 만기)다. 시중은행의 이달 기준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2.98%다. 목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의 특성상 차주 입장에서는 굳이 보금자리론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 기존 보금자리론 대출자도 대출을 갚고 시중은행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부산 사상구에 아파트를 구매한 박 모(42) 씨는 “작년에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집을 산 주변 사람이 많아서, 당연히 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높아서 은행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관련 서류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조건도 보금자리론을 외면하게 하는 이유다.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면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여야 하고, 담보 주택 가격이 6억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정책 모기지인 신생아특례대출의 연소득 1억 3000만 원, 집값 9억 원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신혼 가구·신생아 출산 가구·사회적 배려층 등에 보금자리론이 우대 금리 최대 1%를 적용하지만,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신생아 출산 가구는 올해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이 보금자리론보다 훨씬 금리가 낮다.

보금자리론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판매기관인 주금공에도 비상이 걸렸다. 보금자리론 출시 당시 올해 공급 계획을 10조 원으로 잡았지만 현재 추세라면 10조 원 판매는 불가능하다. 주금공은 지난 4월 금리를 0.15%포인트(P) 인하한 뒤 3개월 만인 이달 초 금리를 0.1%P 추가로 인하했지만 등 돌린 시장의 수요를 잡아올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보금자리론이 부진을 지속하면서 출시 당시부터 보금자리론 성격 규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보금자리론을 통해 ‘가계 대출을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보금자리론의 높은 금리로 시중은행으로 가계 대출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스레 정부가 시장 상황 예측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대출 억제도 하지 못하고 상품 자체도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정책 금융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보금자리론 무용론마저 제기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은 최장 50년간 금리 변동이 없는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인데 비해, 은행 주기형 대출은 매 5년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한 금리 비교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고채 금리 등이 반영된 조달비용을 감안해 향후 금리도 결정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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