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나도 모르는 사진이…” 학교 발칵 뒤집은 딥페이크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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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여학생 얼굴 음란물 합성
관련 혐의로 고교생 경찰 조사
같은 학교서 5월에도 유사 범죄
성범죄물 제작 사이트까지 등장
쉽게 만들지만 적발 쉽지 않아
범죄 확산 막을 대책 강화해야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전경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들 사이에 독버섯 번지듯 퍼져 나가고 있다. 처벌이 엄한 성범죄인데도 남학생들 중심으로 같은 학교 여학생이나 여교사 얼굴을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벌이는 상황이다.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중요 범죄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 이미지와 오디오,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부산 한 고등학교가 딥페이크 성범죄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부산시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생인 A 군이 같은 학교 여학생 얼굴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합성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A 군은 딥페이크 기술로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 영상에는 같은 학교 여학생 여러 명의 얼굴이 나온다고 한다. 아직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이지만 A 군은 SNS에 이 영상을 판매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혐의도 받는다. 피해 학생은 주변 친구들로부터 자신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SNS 캡처 화면이 있다는 걸 듣고 피해 사실을 알아차렸다.

해당 학교에서는 지난 5월에도 또 다른 학생이 여학생 7명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한 사진을 텔레그램에 올린 정황이 파악되기도 했다.

일부 청소년은 교사들까지 범죄 대상으로 삼는 대범함도 보인다. 지난 4월에는 부산 한 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된 사실을 확인한 일까지 있었다. 결국 가해자는 잡히지 않았다. 이 일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가해자 없는 교권 침해 판정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주로 10대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2021년 경찰청의 불법 허위 영상물 집중 단속 결과를 보면, 피의자 94명 중 19세 이하가 65명(69.1%)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경향은 10대들이 온라인과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에게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10대들은 딥페이크 합성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아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기술 역시 이들의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딥페이크 성범죄물 제작 사이트가 등장했고, 딥페이크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앱들도 나왔다.

이러는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딥페이크 등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한 시정 요구는 2020년 473건에서 지난해 7187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피해 규모는 실제보다 이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은 물론 주변 인물들까지 극심한 고통과 불안을 호소한다. 무엇보다 평소 알고 지내거나 접촉이 가능한 지인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아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한다. SNS에 올린 일상 사진만으로 무서운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아예 SNS를 끊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30대 여성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접할 때마다 너무 끔찍하고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동국대 곽대경 경찰사법대 교수는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 체계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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