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운전자 인도 돌진 9명 숨져… ‘고령 운전’ 논란 재점화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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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4명 승진 회식 후 참변
야근 후 퇴근 시청 직원도 피해
SNS 중심 부정적 여론 확산세
부산 교통 사망자 5명 중 1명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 발생
비난·제재보다 제도 보완 절실

지난 1일 밤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현장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운전자 포함 6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 잣대가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현장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운전자 포함 6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 잣대가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시민 15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직장 동료의 승진을 축하하다가 혹은 여느 때와 같이 퇴근 중에 갑자기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 뒷얘기가 속속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에 대한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를 ‘문제’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면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2일 운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고 직후 운전자 A 씨가 급발전을 주장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경찰은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도 수사를 진행해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9명이 사망하고 사고 차량 탑승자 2명 등 6명이 다친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연이어 참사 피해자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더 침통해 하고 있다. 시중은행 직원 4명이 이날 승진 축하를 기념하기 이해 저녁을 보내다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밤늦게 근무하다 마침 사고 현장을 지나다 변을 당한 서울시청 공무원 이야기도 알려졌다.

특히 운전자 A 씨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자를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침통함에 더해 ‘고령 운전자가 차를 운전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는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있다. SNS 등에는 “고령일수록 신체 능력이나 순간 판단력이 떨어져 운전 대처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넘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운전 능력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전국적으로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도 상당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에서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34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586명)의 22.8%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 이상은 고령 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셈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빈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움직임도 이어졌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발표하면서 ‘조건부 면허’ 도입을 시사했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해 주는 것을 말한다. 고령 운전자 등 고위험 운전자의 상태를 점검, 운전에 대한 잣대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 면허 제한은 교통 약자 이동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정부도 발표 하루 만에 ‘고위험자 대상’이라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단순 비난이나 제재가 해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 운전자를 비난 대상으로만 몰 게 아니라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국민 공감대 속에 조건부 면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차량 충돌 사고를 막는 비상제동장치(AEBS) 도입 등 현재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며 “비상제동장치 설치 보조금이나 5%에 밑도는 면허 반납률을 높이기 위해 대중교통 할인 등을 다른 측면에서 이동권을 보장해 주는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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