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옹기’에서 찾은 신체 예술 퍼포먼스
부토 예술가 루시아 카옌·사운드 아티스트 홍성률
8일 공간 머지서, 동서양과 사운드의 즉흥적 만남
스페인의 부토 아티스트 루시아 카옌. 머지 제공
사운드 아티스트 홍성률. 머지 제공
한국의 전통 옹기에서 영감을 얻은 신체 예술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는 드문 자리가 마련된다.
일명 ‘숨 쉬는 그릇’으로 불리는 옹기를 주제로 스페인의 부토 아티스트 루시아 카옌과 국내 사운드 아티스트 홍성률이 협업하는 즉흥 퍼포먼스 프로젝트 ‘Onggi 옹기’가 오는 8일 오후 6시 부산 금정구 복합문화예술공간 머지?(MERGE?, 이하 머지)에서 펼쳐진다.
머지와 ‘몸+더하기’가 공동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부산에 머물며 ‘글로컬 오픈아츠 실험실’에 참여 중인 카옌 작가의 레지던시 프로젝트 일환이다. 카옌은 앞서 이유주혜 작가와도 협업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작업에서 카옌 작가는 옹기를 ‘숨 쉬며 발효가 일어나는 흙으로 된 태반’이자 인간의 신체와 닮은 그릇으로 바라본다. 특히 무한한 소비를 유혹하면서도 절제와 침묵을 강요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한다. 퍼포먼스는 억압되고 응축된 정서가 신체라는 그릇 안에서 부패하거나 사라지는 대신, 찰나의 움직임과 긴 시간을 거치며 어떻게 숙성되고 새로운 예술적 에너지로 ‘발효’ 및 ‘변용’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머지 성백 대표는 “‘Onggi 옹기’는 한국 설화의 상징성과 부토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욕망과 수치심, 결핍과 과잉이 천천히 발효되고 변화하는 ‘그릇으로서의 신체’를 탐구하는 무대”라며 “움직임과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교차하며 몸과 소리,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옌의 움직임에 호흡을 맞추는 홍성률 작가는 부산국제행위예술제, 다대포 바다미술제 오프닝 퍼포먼스, ‘라이브(LIVE) 24’ 등 다양한 무대에서 감각적인 사운드를 선보여 온 아티스트다. 소리를 단순한 음향에 머물게 하지 않고, 소리가 채워진 공간 속으로 시각적 퍼포먼스가 침투해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독창적인 사운드 연출로 무대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스페인의 부토 아티스트 루시아 카옌. 머지 제공
스페인 출신의 다원예술가 카옌은 바르셀로나대학에서 생의학(신경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배우 겸 공연가이자 안무가, 연출가로서 신체극, 광대극, 부토 무용을 전문으로 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며 몸을 기억과 상상, 자연이 만나는 살아있는 풍경으로 바라보고, 움직임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을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부토 춤은 지넨부토 창시자 다케노우치 아쓰시를 사사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단발성 결산에 그치지 않고 글로컬 오픈아츠 실험실 프로젝트의 연속선상에서 진행된다. 이후에도 4·5차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의 협업이 이어질 예정이며, 그 결과물은 전시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공개된다. 공연 관람은 무료. 문의 051-527-8196.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