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무유기·횡령 입증 쉽지 않을 듯
투표지 부족 사태 수사 본격화
선관위 곧 압색, 합수본 구성 속도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과 관련해 8일 오후 대구시 선관위 앞에서 지역 기초의원들이 민주주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 규명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8일 언론 공지를 통해 “투표하지 못한 시민과 선거 사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을 주말 사이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고발인 조사 후 내용을 검토해 참고인 조사에 나서는 통상 순서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 사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선관위에 대한 혐의 입증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시민단체는 노 위원장 등 선관위 간부들을 직무유기·업무상 횡령 등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선관위 간부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으며, 유권자 수 1.1배 규모의 투표용지 예산을 확보하고도 본투표 당일 절반 분량만 준비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직무유기(형법 122조)가 성립하려면 단순 실수나 과실이 아닌 ‘고의로 직무를 저버렸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선관위 측이 “준비 착오였다”고 주장하면 기소 자체가 어렵다.
법조계는 횡령 혐의 입증은 더 까다롭다고 본다. 예산을 아꼈거나 배분을 잘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 예산을 실제로 빼돌렸거나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형사처벌보다 행정적 책임과 제도 개선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형사 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선관위 공무원들의 과실이 드러나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은 앞서 공무원의 과실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한 차례당 2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는 고의성, 횡령은 사적 유용 증거가 각각 입증돼야 하는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행정적 무능이나 준비 착오는 징계·감사의 대상이지 형사처벌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