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야성의 도시 부산
한국 선거사에서 부산만큼 역동적 투표 성향을 보여준 지역은 드물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야당 성향이 강해 ‘야도(野都·이후 야구도시라는 뜻도 보태졌다)’로 불렸다. 그러던 것이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 보수세도 인물과 경우에 따라 큰 변동폭을 보여줌으로써 대표적 ‘스윙 보트(그네처럼 오락가락하는 투표)’ 지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윙 보트의 시작은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의 등장에서부터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노무현은 당시 민주자유당 문정수와의 대결에서 37.58%를 득표했다. 지역주의가 창궐하던 시기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고 나선 후보의 경이로운 득표율이 이후 ‘노풍’의 기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노풍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부산에서 약 39%대의 득표를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불었다고 해도 부산지역의 투표 결과에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다시 부산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후보에게 50.65%의 표를 주면서도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49.34%의 득표율을 안기는 투표를 했다. 일방적인 지지보다 ‘당선은 시키되 경고를 하는’ 방식의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결국 부산은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38.71%로 득표율 1위 자리를 안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분열이 있었다고 해도 국정 안정과 개혁을 주문한 합리적 선택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민주당 오거돈 후보를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시키고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국회의원 의석 5석을 안기기까지 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스캔들 이후 부산은 다시 보수세로 돌아섰지만 이를 자신들의 텃밭으로 여기는 이들에겐 늘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 같은 부산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선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반 지지로 민주당 전재수 후보를 시장에 당선시키면서도 시의회와 기초단체장 국힘 우위를 유지한 것은 교차투표의 묘미를 보여준다. 심지어 전재수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텃밭이라던 북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당선시키기까지 했다.
부산은 누군가의 텃밭으로 불리길 거부하는 진정한 야성의 도시라는 의미로 ‘야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