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한방] 더위, 몸은 생각보다 많이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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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관 HK한국한의원 검진원장 윤태관 HK한국한의원 검진원장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진다는데 사실인가요?”

여름이 가까워지면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이니, 한약을 먹어도 몸에 남지 않고 빠져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땀으로 빠지는 것은 한약이 아니라, 더위로 소모되는 몸의 수분과 기운이다.

요즘 여름은 예전과 다르다. 에어컨이 흔해졌고, 경로당과 복지관은 무더위쉼터로 활용된다. 야간쉼터, 생수 냉장고, 양산 대여소, 냉방버스, 살수차 같은 다양한 폭염 대책이 시행된다. 그런데도 온열질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더위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다.

더위는 이제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생명을 위협하는 건강 문제가 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460명이다. 여름은 이제 그냥 더운 계절이 아니라, 미리 대비해야 하는 계절이다.

더위 속에서 몸은 끊임없이 일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은 확장되고, 심장은 더 많이 움직이며, 땀을 통해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간다. 입맛은 떨어지고, 잠은 얕아지고, 기운은 쉽게 꺼진다. 여름을 잘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그냥 덥다’가 아니라 ‘몸이 축난다’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여름을 단순히 덥다고만 보지 않았다. 옛 의서에서는 더위를 ‘서(暑)’라 했고, 서는 기를 손상하며, 땀은 진액을 소모한다고 봤다. 현대의학 언어로 바꾸면, 더위가 체온조절, 순환, 수분대사에 부담을 준다는 뜻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더위는 사람의 몸을 생각보다 많이 소모한다.

전통의학에서는 여름을 위한 처방과 약차가 따로 있었다. 생맥산은 맥문동·인삼·오미자로 이루어진 처방으로, 여름철 땀과 갈증이 많고 기운이 떨어질 때 활용됐다. 청서익기탕은 더위와 습기로 인해 땀이 많고, 몸이 무겁고, 식욕이 떨어지며, 갈증과 설사가 동반될 때 응용돼 온 처방이다. 조선시대에는 제호탕처럼 단오 무렵부터 여름내 마시던 약차에 가까운 처방도 있었다.

이는 옛사람들이 여름을 맞아 더위와 습기, 땀과 갈증, 기와 진액의 손상을 나누어 살폈다는 뜻이다.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진다는 말은 잘못된 속설에 가깝다. 여름은 약이 빠져나가는 계절이라기보다, 몸의 기운과 진액이 쉽게 소모되는 계절로 보아야 한다.

여름에 쓰인 처방과 약차가 다양했다는 것은, 옛사람들이 여름 더위를 한 가지 증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위는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몸에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땀과 갈증으로 쉽게 지치고, 어떤 사람은 습기와 소화불량으로 몸이 무거워진다. 또 어떤 사람은 냉방과 찬 음식 때문에 속이 약해지고, 어떤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해 여름 내내 기운을 회복하지 못한다. 계절은 같아도 몸의 반응은 다르다.

따라서 여름 건강은 더위가 시작된 뒤 버티는 문제가 아니다. 더위가 오기 전부터 살피는 문제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무리한 야외활동을 줄이며, 더운 시간에는 쉬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땀이 지나치게 많은지, 갈증이 심한지, 입맛이 떨어지는지, 설사가 잦은지, 냉방에 약한지, 잠이 무너지는지를 미리 살피는 일도 필요하다.

여름 더위는 몸을 생각보다 많이 지치게 한다. 차가운 바람만으로 여름을 이길 수는 없다. 내 몸이 여름마다 어떻게 흔들리는지 알고, 무너지기 전에 미리 돌보는 것. 그것이 더 뜨거워진 여름을 건강하게 건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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