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못 믿겠다… EU 가입 줄 서는 유럽
안보 격변·무역 전쟁 등 혼란
경제·안보 우산 필요성 커져
현재 9개 국가 가입 나설 전망
국제 안보 질서의 급격한 재편 속에 유럽연합(EU)이 가입 희망국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2013년 크로아티아 가입 이후 회원국 추가를 멈춘 EU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가결한 영국의 탈퇴로 현재 27개 회원국으로 몸집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국가들에는 ‘안보 우산’으로서의 EU 가입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입김이 큰 몰도바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EU 가입 신청서를 내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한 뒤 조속한 EU 가입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EU의 일원이 돼야 한다며 내년 1월 1일자로 가입 날짜를 못박아 달라고 촉구하고 있고, 몰도바는 2028년까지 EU 가입이 안되면 역사와 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는 루마니아와 통합하겠다며 EU 가입의 절박성을 호소하고 있다.
수년째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유지한 채 EU와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등 서발칸 국가 다대수도 지정학적 환경 급변 속에 가입 협상에 속도를 내길 원하고 있다.
이달 5일(현지 시간) 아드리아 해변에 있는 몬테네그로 도시 티밧에서 열린 EU-서발칸국가 정상회의에서는 이들 서발칸 국가 6개국의 EU 가입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상회의가 열린 몬테네그로는 EU 가입에 가장 근접한 나라로 평가된다. 몬테네그로는 EU와의 가입 협상을 내년까지 마무리하고 2028년부터 EU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재 EU에 가입하려는 정식 후보국은 우크라이나, 몰도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조지아, 튀르키예 등 9개국이다.
경제적 수준이 EU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어업권 문제 등으로 그동안 EU 합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콧대 높던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EU 가입 협상을 동결했던 아이슬란드는 오는 8월 29일 EU 가입 협상 재개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1972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EU 가입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부결시켰던 북극권의 부국 노르웨이에서도 EU 가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제기가 잦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주요 야당인 보수당의 이네 에릭센 쇠레이데 대표가 지난 3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위협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EU의 정식 회원이 되는 게 노르웨이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최근 여당에서도 EU 가입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상당수가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를 후회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영국에서도 최근 EU 재가입 논쟁이 불거졌다.
집권 노동당이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이 당 대표 경선 출마 의향을 밝히면서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이 EU 재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쟁에 불을 당겼다.
현재 노동당 정부는 EU 재가입이나 단일시장, 관세동맹 재가입 없이 EU와 협력 관계를 더 긴밀히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