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정안 제시·노딜 대비"… 美 행정부는 재압박
해협 개방·핵무기 보유 금지 강조
트럼프 행정부 잇따라 이란 압박
이란 "합의 못하는 상황도 대비"
강경파 압박 받는 상황서 기싸움
3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향하는 도중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다시 교착 국면에 빠지자 미국이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재차 끌어올렸다.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이란의 핵 보유 금와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을 강조하며 미국의 조건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수정안을 준비하는 한편 ‘노딜(no deal)’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응에 나섰다. 양측 모두 자국 내 강경파로부터 압박을 받는 만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에 들어간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31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서 요구하는 핵심 조건으로 호르무즈해협 개방, 고농축 우라늄(HEU) 확보,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 최종 승인에 앞서 이란 측에 추가 양보를 요구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행정부의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임무 완수란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게 하고, 우리가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논의를 하려 한 것은 47년 만에 처음”이라며 “금기시되던 주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을 협상장으로 이끈 배경으로 미국의 경제·물리적 압박을 거론했다. 베선트 장관은 “자금에 대한 경제적 봉쇄와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물리적 봉쇄”가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또 이란이 전쟁 초반 걸프 지역 주변국을 공격한 것은 “큰 실수”였다며, 과거 이란 자금 문제에 소극적이던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들이 현재는 이란 정권 계좌 동결 등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전 이후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불안정하고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고 석유 시장 공급은 매우 충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 날 이란을 향한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에 동의하도록 이란에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 폐쇄 이후 국제 유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높아서 매우 답답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걸프 지역의 문제가 조만간 해결돼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면 1~2개월 내 전 세계 정유시설에 필요한 양의 원유가 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수정안을 준비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역시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양측의 문안 교환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란 역시 당연히 합의문에 자체적인 수정안을 반영할 것”이라며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판단 기준은 우리가 직접 동의할 수 있는 문안인지 여부”라며 “트럼프 측이 수정안을 적용했다고 해서 이란이 이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노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해 협상 결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TV 인터뷰에서 “이란과 미국 간 대화와 메시지 교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확정 전 단계에서 떠도는 추측과 억측은 귀담아듣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충돌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와의 갈등설 속에 이란의 반체제 매체에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혁명수비대의 국정 장악을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