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놀 곳 없고 숙제 많은 어린이, 우리의 미래가 우울하다
사교육 늘면서 신체 활동·수면 급감
정서적 위기 타파할 정책 전환 시급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오늘은 제104회 어린이날이다. 어린이가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을 응원하자는 취지를 담아 제정됐다.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놀이를 겸한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공부 부담 때문에 놀 시간은커녕 제대로 쉴 시간도 없다고 토로한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사라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부산시교육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경쟁 때문에 사교육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승자 독식 문화가 초래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부산시교육청 ‘2025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는 심각하다. 우선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신체활동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했다는 응답 비율이 4학년 학생은 64.29%, 5학년은 59.86%, 6학년은 55.87%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학원 등 사교육을 마치면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초등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와 학원 숙제가 점점 더 늘면서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노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더욱이 아파트 놀이터 등은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오후 8시 이후 야간엔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밖에서 놀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다. 부산 초등학생 가운데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게임을 한다는 응답은 4학년의 경우 23.30%였으나 5학년은 40.07%에 달했다. 5학년 10명 중 4명은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매일 스마트폰 게임 등에 2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경우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우울·무력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과도한 사교육이 학생들의 정서적 위기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이 충분히 놀고 쉬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생 4·5·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조사 결과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가장 바라는 사항 가운데 1위는 쉬는 시간과 놀이 시간 보장(42.4%)이었다. 2위는 공부 부담 줄이기(42%)가 차지했다. 수면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달라는 응답도 30.1%에 달했다. 적절한 수면과 신체 활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학습 효율을 높이고 뇌 발달을 촉진한다. 사회성과 창의력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또래와 충분히 어울리지 못하면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도 없다. 충분히 뛰어놀고 잠잘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