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가정의 달, 닿지 않는 삶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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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사회부 부장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정이나 가족이라는 말이 닿지 않는 삶도 있다. 이를 테면 관계가 끊긴 채 고립된 삶이다.

고독사는 늘 숫자로 먼저 접하게 된다. 부산에서는 2024년 367명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는 식이다. 최근에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고립된 채 발견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생활고 속에 가족 전체가 숨지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울산에서는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전북 임실·군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공통점은 ‘신청하지 못한 복지’였다. 제도가 있었지만,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도 미성년자 등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운 위기가구 구성원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당사자 동의 없이도 생계급여를 직권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고립가구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주변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1인 가구의 경우, 이웃이 이상함을 느끼기 전까지는 아무도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제도는 있지만, 그 사람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반대로 조금 일찍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웃이 먼저 찾아가면서 끊겼던 관계가 이어진 사례다. 끼니를 거르고 사람을 피하던 시간이 길었지만, 누군가가 말을 걸고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먼저 움직인 건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부산의 사회복지 공무원 신아현 작가는 에세이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에서 자신들을 ‘국가라는 이름으로 민원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제도와 법은 결국 사람을 통해 전달된다. 욕설이나 위협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그 사람의 사정을 먼저 헤아려 보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게 관계를 잇는 일이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6%를 넘는다. 연령대도 청년부터 노년층까지 퍼져 있다. 이제 혼자 사는 삶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혼자 버티는 상황일 때다. 1인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아플 때나 돈이 필요할 때, 혹은 우울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보다 낮았다. 연락할 사람이 없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결국 고립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찾아가는 방식’을 강조한다. 이웃이 직접 살피고 먼저 말을 거는 방식이다. 그래야 관계가 생기고 그다음 제도도 움직인다.

거창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안부를 한 번 묻는 것, 평소와 다른 기척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 등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차이를 만든다.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이런 신호를 놓치면서 쌓여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이미 곁에 있었던 작은 신호들이 아닐까. 5월, 우리가 떠올려야 할 가족은 꼭 가까이 있는 사람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제도에 닿지 않은 사람들을 한 번쯤 떠올려보자.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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