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병변 동시에 나오면 ‘수두’, 고열 동반하면 ‘돌발진’ 가능성
소아 발진
상당수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
‘수족구병’ 회색 수포·붉은 테두리
양쪽 뺨 맞은 것 같은 ‘감염홍반’
의식 저하·잦은 구토·호흡 곤란
광범위한 점막 침범 땐 병원 방문
표준 예방접종 일정 챙기기 중요
양산부산대병원 고현창 피부과 교수는 "발진의 분포, 형태, 동반 증상, 계절성, 예방접종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소아 발진의 정확한 감별 진단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소아 발진은 일시적으로 생긴 단순 피부 변화부터 응급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까지 다양하다. 영유아기와 학령기 아동에서 발생하는 발진의 상당수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미열이나 나른함 같은 전구증상 이후 발진이 나타나며 대부분 자연히 호전된다. 하지만 모든 발진이 단순 바이러스 감염은 아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고현창 피부과(소아피부클리닉) 교수는 “약물 알레르기, 세균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이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일부 바이러스성 발진은 비전형적인 모습으로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라며 “발진의 분포·형태·동반 증상·계절성·예방접종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정확한 감별진단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소아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부 발진에 대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발진 구분법과 치료는?
수족구병은 5세 이하 영유아에서 흔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콕사키바이러스 A16형, 엔테로바이러스 71형, 콕사키바이러스 A6형이 원인이며 잠복기는 3~6일이다. 하루나 이틀 미열이 난 후 입안에 통증성 궤양과 함께 손바닥·발바닥·엉덩이에 회색빛 수포가 붉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난다. 콕사키 A6형에 의한 비전형 수족구병은 수포와 미란(얕은 수준의 궤양)이 입 주위와 사지에 나타난다. 아토피피부염 부위에 집중되는 ‘습진형 수족구’ 양상을 보이기도 해 습진성 헤르페스, 수두, 다형홍반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회복기에 손발톱이 일시적으로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수족구병 치료는 대증요법이 원칙으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해열·진통제가 도움이 된다. 드물게 무균성 수막염, 뇌염, 신경성 폐부종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고열이 계속되고 의식 저하나 호흡곤란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수족구병(왼쪽)과 수두의 발진.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수두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의 1차 감염으로 발생한다. 잠복기는 10~21일이고, 백신 도입 이후 발생률이 크게 줄었다. 미열·권태감의 전구증상에 이어 두피와 얼굴에서 시작해 몸통과 사지로 퍼지는 가려운 발진이 특징이다. 발진은 빠르게 반점→구진→투명한 수포(붉은 바탕 위 이슬방울 모양)→농포→딱지 순으로 진행한다. 다양한 단계의 병변이 동시에 관찰되는 ‘다형성’이 수두 진단의 중요한 단서다. 구분해야 할 질환으로는 파종성 단순포진, 광범위형 수족구병 등이 있다. 합병증으로는 세균 2차 감염이 흔하고, 드물게 뇌염·폐렴·혈소판감소성 자반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는 가려움 완화와 해열을 위한 대증치료가 기본이다. 모든 수포가 딱지로 덮일 때까지 격리하고, 손톱을 짧게 깎아 흉터와 2차 감염을 예방한다. 만 12세 이상이거나 만성 피부·폐질환자, 면역저하 환자, 임산부 등 고위험군에게는 발진 발생 24시간 이내에 아시클로비르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고려된다.
지아노티-크로스티 증후군은 1~6세 소아에서 주로 발생한다. 처음에는 B형 간염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보고됐다. 예방접종 후에도 발생할 수 있어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부가적인 감염성 반응’으로 보기도 한다. 양 뺨, 귀, 양쪽 팔다리의 폄쪽 면, 엉덩이에 좌우대칭으로 1~5mm 크기의 구진 또는 구진수포가 나타난다. 몸통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점이 진단의 중요한 단서다.
일부에서 피하출혈로 피부가 변색되는 자반성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반에 관절통·복통 등이 생기면 헤노흐-쇤라인 자반증을 의심해야 한다. 또 다형홍반, 두드러기, 곤충 물림에 의한 반응과도 구별해야 한다. 치료는 보습제와 가려움이 심하면 약한 국소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3~4주 내 자연스럽게 호전되며 예후도 양호하다.
발진성 가성혈관종증은 드물게 나타나는 양성 발진이다. 에코바이러스, 콕사키 B 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 EBV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진피 표층의 확장된 모세혈관과 가벼운 림프구 침범이 관찰돼 ‘바이러스에 대한 혈관 반응 패턴’으로 본다. 영아혈관종, 거미상 혈관종, 다발성 화농성 육아종 등과 구분해야 한다.
얼굴, 몸통, 사지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2~4mm 크기의 선명한 붉은 구진이 특징이다. 피부 표면에 돋아난 병변은 누르면 색이 사라지는 혈관종 모양이며, 주변에 창백한 후광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미열, 설사, 가벼운 상기도 감염 같은 전구증상이 먼저 생기기도 한다. 1~2주 안에 자연 호전되며 길게는 3~4개월까지 지속되거나 계절적으로 재발하기도 한다.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감염홍반은 인간 파보바이러스 B19에 의한 흔한 소아 발진성 질환으로 ‘뺨 맞은 듯한 얼굴 병’으로도 불린다. 잠복기는 4~14일이며, 미열·두통 등 가벼운 전구증상 후 양쪽 뺨이 마치 손바닥으로 맞은 듯이 선명하게 붉어지는 발진이 나타난다. 2~4일 뒤 얼굴 발진이 가라앉으면 몸통과 사지에 그물망 또는 레이스 모양의 분홍빛 발진이 나타나며 5~9일간 지속된다. 햇빛, 더운 목욕, 운동으로 한동안 재발할 수 있다. 발진이 나타날 무렵에는 이미 전염성이 사라지므로 등원이나 등교 제한은 필요하지 않다.
성인이나 청소년이 감염되면 관절통이나 ‘장갑·양말 모양’ 발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풍진, 가와사키병 초기, 약물 발진, 헤노흐-쇤라인 자반증 등과 구분해야 한다. 면역저하자, 혈색소병증 환자, 임산부에서는 항체검사가 필요하다. 임신 초기 감염 시 태아수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소아에게는 대증치료로 충분하며 예후는 양호하다.
돌발진은 인간헤르페스바이러스 6형이 주된 원인으로 95%가 생후 6개월~2세 영유아에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영아기 발진성 질환으로 잠복기는 5~15일이다. 갑자기 39~41도의 고열이 3~5일간 지속된 후, 열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몸통에서 시작해 목·얼굴·사지로 번지는 2~5mm 크기의 분홍빛 반점성 발진이 나타난다. 발진은 1~2일 내 빠르게 사라지고 색소침착을 남기지 않는다.
돌발진은 고열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전반적 컨디션이 비교적 양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6~15% 정도는 열성경련이 발생할 수 있어 보호자가 놀라는 일이 흔하다. 발열기에 사용한 해열제 복용과 시기가 겹쳐 약물 알레르기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발진의 양상과 경과를 잘 살피면 감별이 가능하다. 건강한 소아에서는 수분 공급과 해열제 사용 등 대증치료로 충분하며 합병증 없이 회복된다.
■표준 예방접종 일정 챙겨야
고 교수는 “발진을 잘 살피면 단순한 바이러스 발진과 약물 발진, 세균 감염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쪽 뺨의 특징적 발진(감염홍반), 손바닥·발바닥의 회색 수포(수족구병), 다양한 단계의 수포가 동시에 보이는 경우(수두), 고열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몸통의 발진(돌발진) 같은 특징적 패턴을 알아두면 발진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호자가 주의할 위험 신호도 있다. 고 교수는 “수일 이상 지속되는 고열, 의식 저하나 처짐, 호흡곤란, 잦은 구토, 점차 진해지는 자반, 입안·눈·생식기의 광범위한 점막 침범, 수분 섭취 거부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홍역, 풍진, 수두 등의 재출현을 막기 위해 표준 예방접종 일정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교수는 “의심스러운 발진이 있을 때는 자가 진단보다 소아청소년과 또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