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내가 아는 폭력
이실비(1995~)
내가 아는 폭력과 네가 아는 폭력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어.
뜨거운 모래를 밟고 선 두 발, 나체에 숄만 두른 소녀가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예루살렘을 생각하네.
소녀는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단언하는 내가 폭력적이라고 너는 말했어. 말문이 막혔지만 화를 내거나 울진 않았어. 그럴 일은 아닌 것 같아서.
행복하고 싶어. 너랑 오래 함께 행복하고 싶어. 나는 네게 무엇도 휘두르지 않고 너는 나에게 어떤 멸칭도 붙이지 않은 채. 폭력과 가장 먼 곳에서 웃고 싶어.
그런 웃고 싶은 욕망이 매일 저지르는 가장 큰 폭력.
나체에 숄만 두른 소녀는 마른 몸을 가졌을 것이며 슬픈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할 뿐이라고
너와 내가 생각해버리곤 하지
시집 〈오해와 오후의 해〉 (2025) 중에서
4월, 하면 제주 4·3사건과 4·19혁명이 먼저 떠오릅니다. 독재 정치 획책에 저항한 시민들의 역사. 생명이 소생하는 봄의 활기 속에서 회복 불가능한 고통의 현실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하루종일 공습 대피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중동뿐 아니라 온갖 폭력으로 치닫는 세계 정세를 보면서 이 비극적인 현실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평화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예루살렘. 그저 행복하고 싶을 뿐인 우리가 나도 몰래 저지르는 폭력이 있음을 생각해 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