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 부산 자영업자 8만 명 눈물의 철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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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7만 → 작년 29만 명
매출 절벽에 한계 상황 내몰려
‘한 집 건너 임대’ 폐업 도미노
직원 보내고 나홀로 생존 벼랑끝
자영업 도시 옛말 골목상권 침체

부산의 자영업자 수가 지난 2021년 37만 명에서 2025년 28만 9000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자영업자 수가 지난 2021년 37만 명에서 2025년 28만 9000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4년 사이 자영업자 8만여 명 감소하며 골목상권이 흔들린다. 한때 ‘자영업 도시’로 불릴 만큼 두터웠던 부산의 자영업 기반은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히 무너졌으며, 자영업자 비중마저 전국 평균보다 낮아지며 지역경제 자체가 침체 중이다.

13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부산 자영업자는 지난 2021년 37만 명에서 지난해 28만 9000명으로 4년 만에 8만 명 넘게 감소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21~2023년에는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했으나 지난 2023년 이후에는 해마다 약 3만 명가량이 줄며 자영업 붕괴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2021년 27만 6000명에서 지난해 20만 4000명으로 줄어들며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작은 가게일수록 골목에서 빠르게 사라진 것이다.

폐업 증가 흐름도 수치로 확인됐다. 자영업자의 퇴로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2021년 4888건에서 지난해 6415건으로 30% 이상 늘었다. 지급액은 같은 기간 470억 원에서 832억 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자영업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매출 감소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부산 소상공인 점포당 매출은 지난 1월 기준 전월 대비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도심과 외곽 지역의 타격이 컸다. 중구는 매출이 15.3% 감소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금정구(-11.4%), 기장군(-9.3%), 서구(-9.0%)가 뒤를 이었다. 상권 체력이 약한 지역부터 무너지는 전형적인 불황 패턴이다. 해운대구(-3.2%) 등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으나 감소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어디로 갔을까. 중소기업중앙회가 폐업 소상공인 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후 재창업자는 420명, 일반 폐업자는 400명이었다. 폐업 이후 생활로는 취업, 아르바이트 등 근로자로 종사 중이라고 답한 이들이 54.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업종은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제조업 순이었다. 취업 준비 중(16.3%), 재창업 계획 중(15.3%), 계획 없음(9.0%)이라고 답한 폐업자도 있었다.

부산 자영업자 비율은 그동안 전국 대도시 중 상위권인 20~25%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수는 17.0%로, 전국 평균(19.5%)보다 낮았다.

이는 단순히 골목상권의 위축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전반의 체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산의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의 기반을 이루는 자영업자가 흔들리면 지역경제 혈맥이 막힐 수 있다.

고용 측면의 파장도 크다. 자영업자는 지역 고용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데, 폐업이 늘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 종사자와 임시·단기간 일자리까지 줄어든다.

부산대 김현석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급감과 경기 침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권 침체, 고용 감소, 소비 위축, 체감경기 악화를 야기한다”며 “겉으로는 일부 거시지표 개선이 보이더라도 현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지역경제 회복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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