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콕 집어 "군함 보내라"…호르무즈 해협에 파견 요구
이란이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군의 군사작전에서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을 콕 집어 지목하며 사실상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에 대 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이에 미국은 (이란의) 해안을 폭격할 것이며,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바다에서 계속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달면서 아직은 요구 수준이라고 했지만 이들 5개 국가가 "함정을 보낼 것(will send Ships)"이라는 표현을 써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오후에도 트루스소셜에 다시 글을 올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은 통로를 관리해야 하며, 우리도 그들을 아주 많이 도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재차 독려했다.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중은 한·중·일 등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해 1분기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전체 물동량 중 가장 많은 37.7%가 중국으로 운송된다. 이어 인도(14.7%), 한국(12.0%), 일본(10.9%) 순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을 언급한 것은 한국을 비롯해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도입량이 많은 나라들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행 관리의 주된 역할을 맡고, 미국은 그것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보다 공식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에너지 안보상의 필요, 한미동맹 및 양국 관계 측면과,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두루 고려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020년 초 아덴만에 파견돼 있던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요구에 응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가 한국 선박을 보호하는 독자 작전 형태를 취했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