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돈 버는 건 러시아…"매일 2200억 원 '공돈'"
지난 11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인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유조선이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유가가 폭등하면서 러시아가 수천억 원 규모의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러시아의 석유 수출로 인한 초과 세입이 하루 1억 5000만 달러(2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일어난 후 첫 12일간 러시아가 석유 수출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얻은 추가 수입은 13억∼19억 달러(1조 9000억∼2조 8000억 원)로 추정된다.
이는 이란 전쟁 탓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유가가 폭등했고, 인도와 중국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FT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전쟁 후 러시아 정부가 챙길 추가 세입 총액이 3월 말까지 33억∼49억 달러(4조 9000억∼7조 3000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1·2월 배럴당 평균 52달러였던 러시아 우랄 원유가 3월 배럴당 평균 70∼80달러대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내린 추정치다.
이란 전쟁 이전만 해도 러시아는 유가 하락과 미국의 제재 탓에 인도에 대한 석유 수출이 대부분 막혀 있었다.
12일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수출은 11.4% 감소한 하루 660만 배럴 수준이었으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리아니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물꼬가 트였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 데이터 분석기관 케이플러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 수송선 중 상당수가 현재 인도양을 거쳐 인도 항구들을 향해 항해 중이다.
지난 11일 기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하루 150만 배럴 수준으로, 2월 초 대비 50%나 늘었다.
인도 뉴델리에서 근무하는 케이플러의 선임분석가 수미트 리톨리아는 "만약 현행 선적 일정, 시장 정보, 운송선 움직임 등이 지속된다면, 이번 달 러시아산 원유의 (인도) 도착 물량은 하루 200만 배럴에 가까울 수 있다"며 "러시아는 이번 전쟁의 최고 승자"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석유의 현재 거래 가격은 직전 3개월 평균 대비 배럴당 약 20∼30달러 높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북부 몬차 인근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의 리터당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미국 정부는 유가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제재 대상이었던 일부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오전 0시 1분 이전 선박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해 오는 4월 11일까지 판매를 승인하는 새로운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
이번 허용과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존 공급량의 글로벌 도달 범위를 넓히기 위해, 미 재무부는 현재 해상에 묶인 러시아산 석유를 각국이 구매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승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 좁게 설계된 단기 조치는 이미 운송 중인 석유에만 적용되며, 러시아 정부에 유의미한 재정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수입이 대부분 추출 시점에 부과되는 세금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 이란 정권이 초래한 위협과 불안정성에 대응하면서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저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