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임기 맞춘 ‘순장조 조례’ 출자·출연기관 공백 어쩌나
시 출자·출연기관 12곳 임원
시장과 임기 일치 조례 첫 적용
선거 결과 따라 모두 바뀔수도
직원이 뽑은 노동이사까지 포함
한꺼번에 관두면 행정 공백 우려
조례 개정 등 혼선 줄일 대책을
이른바 ‘순장조 조례’로 불리는 ‘부산시장과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일치 조례’ 적용을 놓고,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장이 바뀔 시 시장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부산 지역 10여 개 기관장, 임원의 임기 또한 ‘올 스톱’ 되게 되는데, 10여 개 기관의 기관장, 임원을 한꺼번에 새로 찾고, 청문회를 열어 검증하고, 심의·의결을 할 행정력과 시의회 기능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첫 적용이 되냐 마냐 여부를 떠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신용보증재단의 구교성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자로 새 이사장으로 임명돼 임기를 시작했다. 구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로, 모두 2년이다. 하지만 관련 조례에 따르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짧으면 6개월 임기에 그칠 수 있어, 내부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23년 3월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 임기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은 현 부산시장이 연임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부산시장의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출자·출연기관장과 임원의 임기도 같이 끝나게 된다. 부산에서 이 조례를 적용받는 출자·출연기관은 12곳에 이른다.
해당 조례는 지자체장 교체 시기에 불필요한 인사 갈등을 막고 원활한 시도정 운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전국에서 잇따라 제정됐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출자·출연기관의 관계자는 “부산시 산하 기관들에서 일괄적으로 행정 진공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시민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긴급 현안이 발생해도 정관에서 정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심의나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10여 개 기관에서 한꺼번에 새 기관장, 임원을 찾아야 해 임명 지연 사태로 이 같은 공백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내부 구성원에 의해 선출된 임원인 노동이사까지 ‘순장조 조례’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 한 기관 관계자는 “노동이사의 경우 내부 구성원들이 투표로 뽑은 임원으로, 대의성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노동이사제의 도입 취지와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조례 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의회 반선호(비례) 의원이 해당 조례의 일부 조항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새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 남은 임기와 관계 없이 새로운 시장 임기 시작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날에 임기가 종료 △새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남은 임기 범위에서 그 직을 유지 △관계 법령에서 장 및 임원의 임기를 따로 정하고 있는 경우 조례 적용하지 않음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대해 다른 조례에 우선해 적용 등이다.
현장에서는 비상근 임원을 제외한 상근 임원만 조례 적용 대상에 포함해 줄 것과 새 임원이 임명될 때까지 기존 임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단서 조항 등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경남도 조례에는 새 임원 임명 전까지 기존 임원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이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과 임원이 조직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벡스코와 아시아드CC의 경우 상위법인 상법의 적용을 받아 조례 적용은 받지 않겠지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항을 개정안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