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다시 도약하는 내 고향 부산!
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해수부 이전으로 수정동 골목마다 활기
도시 성장 엔진 재가동 상징적 신호탄
항만·산업·관광 다양한 매력 갖춘 부산
글로벌 대도시 도약 잠재력 깨우려면
해안을 발전 동력화하는 실행력 필요
제도적 뒷받침·인재 양성도 서둘러야
최근 동구 수정동의 거리를 걷다 보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멈춰 있던 골목마다 활기가 돌고 있고, 점심시간 식당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수정동을 비롯한 원도심 상권의 부활이자, 부산이라는 도시가 다시금 엔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신호탄이다. 이런 풍경은 자연스레 나의 기억 속 부산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냈고, 이 도시에서 꿈을 이루고, 터전을 잡았다. 지금은 광안리와 해운대가 세계적인 번화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내 기억 속에 각인된 부산의 원형은 조금 더 투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들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거닐던 국제시장과 자갈치의 비릿한 바다 내음,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누볐던 대학가 일대, 그리고 부산의 심장이자 청춘의 집결지였던 서면일번가의 북적임까지. 어느 곳 하나 심심하지 않았고, 골목마다 다른 맛과 멋이 가득했던 부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놀이터이자 배움의 터전이었다. 그렇게 생기 넘쳤던 도시는 '서울 공화국'의 그림자에 점점 가려졌고, 지역 대학들이 위기를 겪는 사이 인재들은 불안감 속에 수도권으로 떠났다. 지역 경제발전은 멈춰 섰고, '노인과 바다'라고 자조하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남겨진 세대에게는 상실감이 자리했다. 부산을 고향으로 둔 사람으로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은 작지만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도시다. 바다와 강, 산과 평야가 이어지는 지형, 항만과 시장, 문화 시설과 상권이 공존하는 구조, 산업과 관광이 연결되는 도시 특성은 세계에서도 흔치 않다. 이 다양성은 부산의 매력이며, 앞으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전략적 자산이기도 하다.
흔히들 부산의 미래를 고민할 때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떠올린다. 여행에서 마주했던 바르셀로나는 부산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거대한 항구를 품고 있으며, 해변과 인접한 도시 구조, 그리고 독자적인 지역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까지 판박이다. 과거 쇠퇴하던 공업 도시였던 바르셀로나는 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안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과감한 도시 재생을 단행했고, 현재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유럽의 혁신 스타트업 허브로 거듭났다. 바르셀로나의 성공은 단순한 정비사업이 아니라 문화와 기술의 결합이었다.
현재 부산이 마주한 현안들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수정동에서 시작된 원도심의 활기는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으로 이어져 항만 시설을 시민들의 공간과 미래 산업 단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여기에 가덕신공항은 부산을 세계적인 물류 허브로 이끌어줄 강력한 날개가 될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그러했듯, 우리도 해안가라는 천혜 자원을 경제적 동력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인재 양성 또한 필수적이다. 현재 논의 중인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부산을 규제 없는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법적 토대다. 특별법이 통과되어 전 세계의 자본과 인재가 부산으로 모여드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또한,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RISE 사업과 글로컬 대학 프로젝트는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인재들의 발걸음을 돌릴 유일한 길이다.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하나가 되어 청년들이 부산에서 꿈을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수도권 중심 체제에서 포기해버리고 체념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26년은 부산에 있어 역사적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정계는 당파를 초월해 가덕신공항과 특별법이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지 않도록 단단한 입법적 방어막이 되어주어야 한다. 경제계는 혁신적 기업가 정신으로 신산업을 육성하고,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같은 해운 대기업의 본사 부산 이전 결정은 명실상부한 해양수도 미래 부산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다. 변화에 발맞춰 법조계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해운 기업의 이전이 실질적인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에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무엇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먼저 부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인 대도시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수정동에서 시작된 작은 활기가 북항을 넘어 가덕도로, 그리고 부산 전역으로 퍼져나가 2026년이 우리 모두에게 도약의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부산은 여전히 뜨겁고, 우리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의 고향 부산은 앞으로는 세계를 향한 도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