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으로 2차 가해”… ‘아동 학대 논란’ 유치원 학부모, 2차 피해 호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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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논란 후 입장문 낸 유치원
‘수업 방해’ ‘태도 성숙해지길’ 등 밝혀
학부모 “2차 가해와 거짓 해명” 반박

아동 학대를 주장하는 학부모가 지난 4일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생각함에 게시했다. 국민생각함 캡처 아동 학대를 주장하는 학부모가 지난 4일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생각함에 게시했다. 국민생각함 캡처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부산 강서구의 한 유치원(부산일보 12월 8일 자 2면 등 보도)이 내놓은 입장문을 두고 2차 가해 논란이 인다. 학부모 측은 아이에게 책임을 돌리는 표현과 더불어 거짓 해명이 입장문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8일 <부산일보>가 확보한 부산 강서구의 A 유치원의 아동 학대 관련 입장문에 따르면, A 유치원 측은 입장문에서 “(사건) 당일 유아가 (놀이 교구인) 웨스코 계단을 슬라이딩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해 친구들의 활동을 참관하는 앞자리에 앉게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며 “해당 유아가 원형통을 두드리는 행동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들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이번 일로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동 학대 피해 정황이 의심되는 B 군이 먼저 정상적 수업을 방해했고, 이를 달래기 위해 교사가 B 군과 함께 놀아준 것을 학부모가 아동 학대로 호도했다는 게 입장문의 전반적인 취지다.

그러나 학부모는 유치원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지적한다. 설령 아이가 수업을 방해했을지라도 아이 목덜미와 눈꺼풀에 상처가 날 정도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수업 상황이 기록된 CCTV를 확인했을 때, B 군이 계단에서 정해진 놀이 진행 방향과 반대로 굴렀던 것 이외에는 어떠한 방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거짓 해명 주장도 제기됐다. 유치원은 B 군이 원통에 들어간 상황에 대해 “유아는 터널에서 평소 아빠와 하는 칙칙이 놀이(권투 놀이)를 하며 즐거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는 아이와 권투 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B 군 학부모는 “사건 이후 유치원으로부터 그 어떠한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온 가족이 아이와 함께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B 군 학부모는 유치원 측의 거짓 해명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생각함에 ‘부산 강서구 유치원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해당 기관별 철저한 조사 요청’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8일 오후 3시 20분 기준 702명이 찬성한다고 투표했다. 국민생각함은 온라인 정책참여 플랫폼으로 각종 정책 제안 등을 하는 곳으로 분기별로 국민 우수 안건은 관계 기관과 위원회 소관 부서에 공유된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학부모 신고에 따라 A 유치원의 아동 학대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지난 3일에는 A 유치원을 관할하는 북부교육지원청이 해당 유치원을 찾아 담임과 원장, 해당 교사를 면담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아동 학대 의혹을 받는 교사는 같은 날 업무에서 배제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으로 자세한 수사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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