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개량공사로 더 보강…공사 승인 책임은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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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완공때 콘크리트 둔덕 만들어져
2023년 보강공사 당시 30cm 더 높아져
공항공사·부산지방항공청 사업승인 받아

2일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남단 끝에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지면에 설치돼 있다. 이곳은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 연합뉴스 2일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남단 끝에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지면에 설치돼 있다. 이곳은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피해규모를 키운 원인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콘크리트 둔덕을 세운 이유와 개량공사 때 이를 더 키운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로컬라이저는 방위각 시설로 항공기에 전파를 쏴서 활주로에 정확히 착륙하도록 돕는 시설이다.

무안공항은 1999년 설계가 시작돼 2007년 완공됐다. 이 때 활주로 바깥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안테나를 세웠다.

이후 15년이 지난 보강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2023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개량공사가 진행됐다. 개량공사는 기존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30cm 규모의 콘크리트를 더 쌓아 안테나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

개량 공사는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3월 시설 개량 설계 용역 공고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용역은 서울 소재 A 설계업체가 낙찰받았다. A업체는 2020년 8월 공항공사에 제출한 실시설계 용역 종합 보고서에서 “기존의 안테나 지지대를 보강 후 재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콘크리트 기초물을 재사용하고, 같은 소재인 콘크리트를 사용해 보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공항공사 측은 밝혔다. 이같은 설계는 공항공사의 승인을 받았고 무안공항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부산지방항공청의 사업 승인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바람에 로컬라이저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보강 경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 설계를 맡은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보안 규정상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무안공항처럼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여수공항의 항행안전시설 개량 사업도 설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와 경찰 수사에서는 애초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과정과 이에 콘크리트를 덧댄 경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설계업체와 한국공항공사, 부산지방항공청 등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2일 오전 무안공항 내 담당 부서,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 수색을 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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