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바다의 비밀 푸는 AI, 참조기로 첫발 내딛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
참조기는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생선 중 하나다. 그 고유한 풍미 덕분에 예로부터 제사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참조기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담은 상징이다.
이 귀중한 참조기를 지속적으로 지키고 즐기기 위해서는 그 생태를 깊이 이해하고 철저히 자원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참조기가 성어로 자라는 기간과 산란 시기를 정확히 파악해 알을 최대한 낳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참조기 보전의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한 어종의 보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어업 종사자들의 생계와 연계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식탁의 안정성에도 직결된다.
참조기의 성숙과 산란 시기를 연구하려면 연구자들이 직접 참조기를 해부해 생식소를 관찰하고 성숙 단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은 섬세함과 끈기가 있어야 하는 작업으로,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소요된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이러한 작업을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올해 국립수산과학원은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도입해 참조기의 성숙 단계를 판별하고 성숙체장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AI는 사람처럼 학습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지녔으며, 참조기의 크기, 무게, 생식소 색깔 등 생체 정보를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참조기가 산란 가능한 시기와 크기를 정확히 추정해 낸다.
그 결과, AI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확하게 참조기의 성숙도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AI가 도출한 성숙체장 추정값의 신뢰구간 폭은 기존 3.8cm에서 1.8cm로 대폭 감소하며 판별의 정밀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여기에 더해 분석 소요 시간도 약 30% 단축되어 연구 효율성 역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연구 과정에서 시간과 자원을 절약함으로써 다른 어종으로의 연구 확장 가능성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단지 효율성을 넘어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AI 기술이 수산자원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남획된 수산자원의 비율은 1974년 10%에서 2021년 38%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서태평양 해역에서는 남획 비율이 무려 56%에 달해 전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어종의 분포와 생태, 어업 환경은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는 획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AI는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변화하는 어종의 분포를 예측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뢰도 높은 자원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정책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히 제공함으로써 자원 회복과 관리 정책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번 참조기 연구는 이러한 AI 기술의 가능성을 생생히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AI 기술은 이제 수산자원 관리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AI 기반 연구는 참조기를 넘어 다양한 어종과 생태계로 그 적용 범위를 넓히며 수산업 연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생태계 전반에 걸친 AI 활용은 어업 생산성 증대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한 이 계획에 발맞춰, 우리 원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수산자원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미래를 실현하며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AI가 열어갈 수산업의 내일은 이제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