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마음에게
콘텐츠관리팀 선임기자
기쁨, 재미, 만족, 슬픔, 우울, 분노… 한 사람의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감정이 밀려온다.
마음을 찾아오는 감정을 손님이라고 상상한 그림책이 있다. 리디아 브란코비치 작가의 <감정 호텔>(책읽는곰)이다. 마음이 머무는 감정 호텔의 지배인은 다양한 감정을 세심하게 보살핀다. 욕실이 넘치도록 눈물을 흘리는 슬픔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준다. 분노에는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큰 방을 제공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노는 사라지고 평화가 온다. ‘불안은 늘 모습이 달라요. 두려움처럼 보일 때도 있고, 죄책감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책은 하나의 감정이 여러 형태로 표출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자신감이 상처를 어루만지듯, 감정이 다른 감정을 치유하기도 한다. 작가는 모든 것이 버거울 때 감사를 찾아간다고 했다. 감사와 함께하면 ‘내 마음을 소중히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코리나 루켄 <내 마음은>(나는별)에서도 변화하는 마음 이야기를 만난다. 얼룩지고, 먹구름이 끼고, 쨍그랑 깨지고. 부정의 감정이 긍정보다 더 크게 존재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친 마음은 나을 수 있고, 닫힌 마음도 언젠가 다시 열 수 있다’고 했다. 상처 입기 쉬운 여린 싹 같은 마음도 잘 보살피면 크고 단단한 나무로 자란다. 마음을 여닫는 것도, 마음을 키우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작가는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책읽는곰)으로 마음을 표현한 여러 나라 단어를 소개한다. 세상살이가 녹록하지 않을 때는 두려움을 떨치고 한계를 뛰어넘는 ‘데즈분다르(포르투갈)’,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끝내 해결해 내는 집요함 ‘아스 넨나(아이슬란드)’, 일의 진행 과정에 진심과 영혼을 쏟아붓는 ‘메라키(그리스)’,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기분 ‘크랙(영국)’ 같은 단어를 기억하자. 세상에는 선의를 가진 좋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열심히 살아온 내 마음에게 속삭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니 오늘에 충실하기 ‘비비르 알 디아(스페인)’를 잊지 말자.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뻐할 이유이다. “주아 드 비브르(프랑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