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 이사장, 해운조합 장학재단 만든다
이 이사장 취임 100일 앞두고 인터뷰
일하는 조합으로 ‘발상의 대전환’ 각오
3선 국회의원 출신, 정관계 소통 강점
한국해운조합이 장학재단을 만든다. 해운조합 이채익 이사장(사진)은 이달 말 취임 100일을 앞두고 16일 오후 서울 한국해운조합 빌딩에서 부산일보·한국해양기자협회와 공동 인터뷰를 갖고 장학재단 설립 추진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조합 장학재단을 만들 생각”이라며 “제일 우선적으로 이사장(본인)이 출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75년의 조합 역사에서 장학재단이 없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기금 출연을 약속한 분들도 있다”고 귀뜸했다.
조합원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선원과 그 가족, 선원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다. 이채익 이사장이 취임 이후 강조하는 대·내외 ‘발상의 대전환’을 통한 능력있는 조합을 만들겠다는 목표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이사장이 장학재단 같은 실질적인 선원 복지에 힘을 주는 것은 선원 고령화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해운업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출발점이다.
젊은 인재들이 우리 바다 위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특단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선원 문제 해결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선원 부족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운조합은 지난해부터 인천해사고와 해기교육원을 설립해 매년 80명 규모의 6급 해기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내항상선 업계의 선원 수급 문제는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해양수산부 발간 2024년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내항선원 중 60세 이상 비중은 59%를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의 조사회사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특별한 대책 없이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내항상선 해기사는 10년 뒤인 2034년에 24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569명이 부족했다. 인력난이 4배 이상 심각해질 수 있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청년들을 해기사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선원의 실질소득과 직결된 근로소득 비과세 혜택이 필요하다”며 “올해부터 외항선원의 소득 비과세 한도만 월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박운항을 위한 당직근무와 사회와 격리된 환경 등 열악한 근무여건에 노출되어 있다는 유사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내·외항 간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내항선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항선원은 일반근로자로 취급돼 근로소득 비과세가 미적용되고, 실비변상적 급여만 적용해 승선수당 중 월 20만 원 이내의 비과세 혜택만 있다.
선원 세제지원 등을 위해서는 당국은 물론 정치권의 공감대가 필수적인데, 3선 중진 국회의원 출신으로 행정안전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무게감 있는’ 정치인 출신 이 이사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이사장은 “중앙부처와 정책정보를 공유하고 업무협의를 이끌어내며 소통창구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입법기관에 지속적인 의견을 개진해 선원들이 실질적으로 소득을 늘릴 수 있는 각종 제도개선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국적선원 양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입법 추진, 사업특례제(군면제 적용) 확대, 외국인 해기사 도입근거 마련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9월 이사장 취임 즉시 전국에 있는 조합 지부와 격오지 터미널을 현장에서 점검한 이 이사장은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육상운송이 중심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수출 물동량의 99.7%를 담당하는 해운의 발전은 한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해상운송으로의 정책 대전환을 만들어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를 위해 조합의 조직개편을 추진·시행했다. 대외협력실을 신설했고, 선원 양성 전담팀 등 현안 대응 부서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조직개편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고, 18일 개편에 따른 인력 배치가 이뤄진다. 이 이사장은 “18일을 기다리고 있다”며 “조합에 인재들이 많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이 모든 게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역과 현장의 가감 없는 의견 개진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년에는 보다 나은 해운의 앞날을 구체화하고, 해운 현장과 상호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 해운 발전을 위한 희생, 섬김의 마음으로 쉼 없이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해운조합은 1949년 만들어진 특별법인으로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여객·화물·유조선 등 전국 2200여개 넘는 해운선사가 조합원이다. 대표 사업으로 해상종합보험인 공제사업과 선박용 유류공급, 사업자금 대부사업 등이 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