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부산 실버 건강왕 뽑아 보니
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지난달 8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전국 최초로 '제1회 실버 건강왕 대회'가 열렸다. 부산일보사와 동남권항노화의학회가 주관한 이 대회는 엄격한 의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신체와 정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노화의 정도를 측정해 '가장 젊은' 참가자를 선발하는 국내 최초의 공식적인 대회였다.
70세 이상의 남녀 어르신만 참여했으며, 종합병원의 건강검진센터에서 세심한 종합검진을 통해 인체 내 중요한 장기들의 기능과 숨겨진 질병 여부를 확인하였다. 일반적인 종합검진 항목들에 더해서, 미국 뉴욕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항노화 연구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TAME이라는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제시한 노화의 새로운 지표들을 같이 검사했다. 1차 예선인 이 검진을 통과한 어르신들은 대회 당일 벡스코에 집결해 본선에 참여하였다.
본선은 노화의 지표로 의학계에 잘 알려진 악력과 보행 속도, 균형 감각, 그리고 하체 근력 등의 신체적인 노화 측정과 더불어 치매 여부와 정신적인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MMSE-K 테스트도 진행했다. 피부와 모발의 노화를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들을 사용해서 피부 노화 상태도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 본선 점수를 가지고 최종전 참가자를 마지막으로 선발하였다. 최종전은 공개 무대에서 사회자가 미리 준비한 날카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변과 장기 자랑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와 유사한 행사들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지만, 테스트 항목들이 본 대회만큼 의학적으로 검증된 척도만을 사용해서 세심하게 진행된 대회는 국내에서 현재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대회를 기획해 주관하고,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는데 참석한 어르신들의 성적을 보고 정말 놀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70세를 훌쩍 넘었지만 젊은 청년에 버금갈 정도의 근력과 밝은 정신을 지닌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이 어르신들에게 젊음의 비결을 물어보니 한결같이 건강하게 식사하고 충분히 운동을 하며, 밝은 마음으로 산다고 말했다.
노화와 항노화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대회였다. 비싼 항노화식품이나 약물들, 첨단 장비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원칙에 충실하게 건강하고 먹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항노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백세를 넘어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일본 오키나와는 과거 '불사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지역에 고가의 특수한 항노화 식품이나 항노화 약품이 있었을까? 그냥 건강한 식사와 어업이나 농사를 위한 육체적인 노동, 그리고 즐거운 마음들만 있지 않았을까?
실버 건강왕 대회는 내년에도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보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해주길 당부드리며, 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밝은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