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36년 하계 올림픽, 균형 발전의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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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

필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개막을 알렸던 ‘굴렁쇠 소년’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시절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 이상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적으로 도약하던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그 굴렁쇠 소년과 나이가 비슷하다. 이제 나는 부산에서 십수 년간 살면서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만약 2036년 올림픽이 또 열린다면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을 보여줄 기회가 될 텐데, 그 감동을 부산에서도 느끼고 싶다.

서울이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고, 전라북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국제 이벤트 유치를 열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이 나뉘는 것보다는 한 방향으로 모아 모두가 함께 성공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안하고 싶은 방식은 2036년 서울올림픽을 전국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가 협력하며 하나 된 모습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서울은 개막식과 폐막식, 육상 경기와 같은 올림픽의 핵심 이벤트를 주관하며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현재 잠실 콤플렉스를 리모델링 중이고, 이런 주요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면적이 크지 않고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따라서 다양한 종목을 지역별로 나눠 개최하는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며, 효과적이기도 하다. 각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해 올림픽 종목을 배치하면 올림픽 준비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와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은 해양도시로서의 강점을 살려 수영, 요트, 서핑, 철인3종 경기, 조정과 같이 수상에서 이루어지는 종목을 개최하는 데 최적지다. 이미 국제 해양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는 부산은 이러한 종목을 통해 대한민국의 해양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

분산 개최 방식은 올림픽 이후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종목을 지역별로 분산해 개최하면, 각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구축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산으로 남길 수 있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에도 좋고, 올림픽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각 지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산 개최 방식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다. 1988년 올림픽이 전쟁의 상흔을 극복한 국가의 부흥을 보여주었다면, 2036년 올림픽은 대한민국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도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하는 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는 단순히 경제적 성공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조화를 이룬 모범 국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서울, 부산을 포함한 전국이 협력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통합된 힘을 보여줄 때다. 2036년 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의 비전과 가능성을 세계에 선보이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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