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시대, ESG로 답하다
천창호 기술보증기금 이사
올해는 조금 늦었지만 부산 금정산과 도심에서도 오랫동안 그리웠던 가을 정취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올여름 부산의 열대야 일수가 47일에 달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그 힘겨웠던 여름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작년 7월 유엔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는 열대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기후 변화는 이제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왔으며,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학자 김난도 교수는 올해를 관통할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언급했다. 양극화로 인해 더 이상 평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주거·일자리 등 여러 측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기후 위기와 양극화라는 다중적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성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ESG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기업과 기관이 장기적이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경영 전략이다. 필자가 속한 기술보증기금 또한 ESG 경영을 도입해 고객인 중소벤처기업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먼저 환경(E) 측면에서 기술보증기금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탄소가치평가와 K-택소노미에 기반한 탄소중립 지원을 통해, 기업 스스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에서 선도적으로 탄소발자국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우리 기업이 글로벌 환경규제를 넘을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중소벤처기업의 친환경 전환과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로 받아지고 있다.
사회(S) 영역에서는 ‘평균 실종’ 현상으로 대두되는 일자리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설립 때부터 부산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으로,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매년 지역 대학을 대상으로 채용 박람회와 캠퍼스 리크루팅을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부산 지역과 비수도권 인재 채용률을 지속적으로 높였으며, 그 결과 최근 2년 연속 부산 지역 인재 채용률 30% 이상을 기록했다. 이처럼 공공 부문의 지역 인재 채용은 지역사회 발전과 일자리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는 중요한 ESG 실천 사례로 꼽힌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도 기술보증기금은 ESG 경영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ESG 종합지수’를 도입하여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서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2021년부터 매년 발간해 왔으며, 2023년에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민국ESG경영혁신대상’에서 공공부문 1위인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 전략이 되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 공시 의무화가 요구되면서 ESG 성과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 부문이 빠르게 ESG 경영을 도입하는 반면, 공공 부문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과 함께 ESG 경영에 적극 참여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기술보증기금과 거래하는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납품대금 연동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이 선도하고 민간이 함께하는 ESG 경영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다가오는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함께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ESG 경영이야말로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