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십자회비와 함께 새 희망 피어났으면
서정의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
12월이 다가오면 뭔가 모르게 마음이 바빠지고 주위 사람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추운 겨울을 맞아 더 큰 곤란을 느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얇은 이불 한 장으로 겨울을 나야 하고, 아픈 몸으로 고통받으며 당장 배고픔과 누울 자리를 걱정하는 많은 이웃이 나눔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부산적십자사는 각종 재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찾아가 시민이 십시일반 모은 적십자회비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달했다. 부산적십자사는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을 지원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기회를 제공했다. 백혈병으로 신음하며 홀로 남겨진 처지를 비관하던 자립준비청년에게 치료비와 간병비를 지원하고 적십자 봉사원들이 수시로 방문하며 희망과 온기를 전했다. 싱크대 공장을 운영하던 부부 사업가가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다 남편의 건강 악화까지 겹친 위기 가정을 보듬었다.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가정의 아버지가 사고로 일을 할 수가 없어 당장의 끼니를 챙기기 힘든 아이들에게도 부산 시민을 대신해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부산적십자사의 8000여 명 봉사원들은 어르신,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정, 기타 위기가정 등 취약계층 2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적십자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매년 12월이 되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적십자회비다. 적십자회비는 1953년 당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에서 6·25전쟁 고아와 전상자의 아픔 극복을 위해 100만 적십자회원 모집을 목표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적십자회비는 매년 4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부문화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에서도 매년 16만여 명의 시민이 동참하고 있다.
2025년도 부산적십자사의 모금 목표액은 적십자회비 23억 원, 정기후원회비 35억 원 등 총 5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 5000여만 원 증가했다. 특히, 적십자회비 23억 6000만 원은 시민이 일 년에 한번 십시일반 동참해 이웃을 돕는 나눔문화 정신의 상징이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큰 위안이 되고 우리 사회의 연대를 굳건히 한다. 나와 이웃을 연결하는 따뜻한 다리가 될 이번 적십자회비 모금에도 부산 시민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시리라 기대한다. 25세부터 74세의 세대주, 개인사업자 그리고 법인에 전달된 지로의뢰서를 통해 모인 시민들의 정성은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큰 희망의 등불이 된다.
2025년 부산적십자사는 적십자회비를 기반으로 △재난 발생 시 신속 대응하는 이재민 구호 활동 △연간 1만 5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 활동 △독거노인과 아동·청소년 세대 등 취약계층 2000여 세대와 봉사회를 결연하는 지역사회 봉사 활동 △위기에 처한 가정을 긴급하게 지원하는 활동 △1만 60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응급처치를 비롯한 안전지식 보급 등을 할 계획이다.
대한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매년 국정감사와 정기적인 정부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공시자료, 예·결산자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적십자사는 2021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이웃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적십자 회비는 세법에 의해 기부금 처리가 가능하다. 쌀, 라면 같은 물품을 적십자를 통해 취약계층에 후원해도 같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많은 분이 사랑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2025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에 적극 동참해 올해도 적십자회비와 함께 부산에 새로운 희망이 가득 피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