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안 내면 장사 힘들게’ 앱 개편한 배달의민족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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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배달’→ ‘음식배달’ 탭 신설
비싼 수수료 내는 가게 상단 차지
부담 적은 ‘가게배달’ 비중 급감
자영업자 “주문 반토막 나” 분통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개편한 앱 이용자환경(UI).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제공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개편한 앱 이용자환경(UI).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제공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지적을 받은 배달의민족이 이번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해 자영업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영업자들은 높은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게 막아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5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 앱 이용자환경(UI)이 개편됐다. 지난달부터 ‘배민배달’ 탭이 사라지고 ‘음식배달’ 탭이 신설된 것이다. ‘배달맛집 한곳에’라는 설명이 붙은 음식배달 탭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클릭하면 배민에서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구 배민1)’과 가게에서 자체 배달하는 ‘가게배달’ 가게가 모두 검색된다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음식배달 탭을 클릭하면 상단을 차지하는 건 주로 배민배달 가게들이다. UI 개편 이전 첫 화면의 20%를 차지하던 ‘가게배달’ 탭은 UI 개편 이후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줄었다. 반면 음식배달 탭은 화면의 약 95%를 차지한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부담이 적어 선호하던 가게배달 주문이 UI 개편 이후 반토막 났다고 호소한다. 배민배달은 자영업자들에게 중개 수수료 9.8%가 부과돼 부담이 크다. 반면 가게배달 이용 시엔 배민에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패스트푸드점을 10년째 운영 중인 조 모(39) 씨는 “하루에 가게배달 주문이 평균 20건 들어왔는데 지난달 UI 개편 이후 10~12건으로 줄었다”며 “배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의 노출을 늘리고 기존에 자영업자들이 선호했던 가게배달은 완전히 죽여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배달을 주로 이용해 온 가게에선 배민의 UI 개편 영향이 더 크다. 일본식 돈가스 가게를 운영 중인 강진수(38) 씨는 “하루 주문 100건 중 90건이 가게배달이었는데 UI 개편 이후 40건으로 줄어 매출에도 타격이 있으며, 그나마 들어오는 주문도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배민배달이 다수”라며 “배민배달 수수료가 부담스러워 가게배달 시에만 서비스를 주는 등 고객들이 가게배달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왔으나 물거품이 됐다”고 호소했다.

배민은 음식 주문이 더 편리하도록 가게 노출 경로를 일원화하는 식으로 개편했다는 입장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고객은 음식배달 탭에서 모든 가게의 메뉴 할인, 배달 팁 등을 고려해 가장 유리한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가게배달 노출을 추가로 보장하기 위해 음식배달 외에 가게배달 탭을 별도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배민의 UI 개편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차별한다는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에도 배민이 자사 배달 서비스 배민배달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에 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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