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이 제일 급해”…부산시 도시철도망계획 수정 앞두고 술렁이는 정치권
C베이~파크선 부산 1순위 가능성 부각…오륙도선은 타재 탈락 가능성
부산 국회의원 대부분 도시철도 건설 공약…부산시 계획이 공약 좌우
부산시의 차기(2026~2035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지역의 최대 현안 사업인 도시철도 건설의 우선 순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이다. 특히 부산시 ‘1번’ 사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도시철도 건설의 기본이 되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은 시·도지사가 수립, 국토교통부 장관이 승인하는 10년 단위 계획이다. 부산시 기존(2016~2025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은 2차례 변경 절차를 거쳤고 하단~녹산선을 1번으로, C베이∼파크선을 2번으로 추진하는 계획이 2022년 1월 확정됐다. 부산시는 향후 10년간 추진될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용역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용역결과가 나오면 내부 논의와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연말 차기 계획이 확정된다.
새로운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은 지역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부산지역 국회의원 대부분이 ‘도시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22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는 조승환, 곽규택, 정성국, 박수영, 김미애, 박성훈, 주진우, 조경태, 백종헌, 김도읍, 김희정, 김대식, 정동만 의원(지역구 편재순)이 도시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산시가 발표하는 도시철도 건설계획에 따라 지역구 ‘최대 공약’의 이행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부산 의원들은 공약 노선을 부산 도시철도 건설 1순위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기존 계획에서 1번 사업이었던 하단~녹산선의 경우 국토부로부터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건설이 본격화돼 ‘계획’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차기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1순위 후보로 부각된 노선은 기존 ‘2번’ 사업이었던 C베이~파크선이다. 북항재개발지역(센트럴 베이)에서 부산시민공원(파크)를 연결하는 C베이~파크선은 부산 중구와 동구, 남구, 부산진구를 지나는 12.08㎞ 길이의 트램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도선 등과 통합해 ‘북항선’으로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C베이~파크선을 영도선과 연결하는 방안이 이미 부산시의 연구용역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두 노선을 통합하면 비용대비편익(B/C)이 0.8을 넘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영도선을 C베이~파크선의 일부인 북항 재개발 1단계 지역까지만 연결시키면 B/C가 1을 넘겨 경제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 영도구는 자체적으로 영도선 타당선 조사 용역을 진행, 영도선을 부산항 북항을 가로지르는 C베이~파크 노선과 통합해 추진하는 계획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고 부산시 제2차 부산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용역 결과, C베이파크 통합노선 B/C는 0.866으로 부산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요건인 0.7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합 노선이 조성되면 매일 7만 5000명이 해당 노선을 이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운영비는 160억 원 정도다.
지역 정치권에선 북항선이 차기 도시철도망 계획의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승환, 곽규택, 박수영 의원 등이 북항선을 강력히 추진하는데다 부산시도 북항재개발 지역의 활성화와 원도심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기존 계획의 5번 노선이었던 오륙도선의 경우 차기 계획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륙도선은 사업비 증가로 현재 ‘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다. 타당성 재조사에서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륙도선은 타당성 재조사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향후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도 “오륙도선은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 의원이 앞장서 추진하던 사업으로 박 전 의원 낙선 이후 동력을 상실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4번 계획이던 강서선(명지주거단지~대저)의 경우 김해공항 확장 계획이 가덕신공항 건설로 변경되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졌지만 일부 노선 변경을 통해 차기 계획에서 순위 상승을 노린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강서선은 김해공항 주변 개발계획 변경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차기 도시철도망 계획에서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계획의 6번 노선이던 송도선(장림~구평~감천~자갈치)도 순위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송도선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의 공약사업이다. 조 의원은 “송도선은 송도 해수욕장과 감천문화마을 등 부산의 주요 관광지를 잇는 핵심 노선”이라며 “관광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면 경제성이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송도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송도선은 원도심 부활, 부산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선”이라며 “우선순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당선 직후부터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에서 3순위였던 노포~정관선(노포~좌천)은 여야의 ‘정치 공방’이 벌어진 노선이다. 정관선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운데 지역 정치권에선 지난 총선에서 나온 ‘예타 통과’ 발언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예타를 통과시키겠다”는 현역 의원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나선 탓이다. 이 때문에 정관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부산시 도시철도망 계획에서 순위가 하락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연산역과 센텀 구간을 연결하는 제2센텀선이 차기 계획에 새로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제2센텀선은 연제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과 해운대을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의 공약이다. 제2센텀선은 기존 도시철도망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신규 노선이다. 이 때문에 김미애 의원의 경우 총선에서 제2센텀선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하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도시철도망 계획 반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들 노선이 대부분 트램으로 추진돼 교통수단분담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 트램의 경우 지하로 달리는 중형전철에 비해 사업비가 적지만 승객 수에 제한이 분명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상 트램은 2량 편성으로 여객 수송량이 200명 안팎이다. 트램은 등판각도 문제로 건설 가능한 지형에도 제한이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