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그래도 돼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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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원조 팬덤 문화의 상징, 조용필이 최근 정규 앨범 20집을 내놨다. 19집 이후 11년 만의 귀환. ‘오빠’는 어느덧 70대 중반에 이르렀으나 지금도 맹렬한 현역이다. 저 나이에 노래 부르는 가수는 있다. 하지만 작사, 작곡, 가창, 프로듀싱, 제작 등 음악 작업 전반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진정한 의미의 ‘아티스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왕’ ‘가수들의 가수’ ‘거장’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조용필은 1968년 미8군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다. 진정한 조용필 신화의 출발점은 공식 1집 음반으로 통하는 ‘조용필 대표곡 모음’(1980)이다. 드라마 주제곡이었던 ‘창밖의 여자’와 관련된 일화 하나. 애초 예정된 작곡가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조용필이 급히 대타로 나서게 됐는데 드라마 작가가 전화로 불러주는 가사를 듣고 10분도 안 돼 곡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다. 천재성이 그 정도다. 4집 음반(1982)에는 그를 ‘영원한 오빠’로 각인한 ‘비련’이 있다. ‘기도하는~’ 첫 소절에 여성 관객들은 비명을 질렀고, 음반은 1000만 장 이상 팔려나가며 한국가요사를 새로 썼다.

‘가왕’은 그렇게 1980~90년대 가요계를 쥐락펴락했던 조용필 시대의 상징어다.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다양성 속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히트곡이 빚어졌다. 음악들은 하나같이 주옥이다. 가왕의 음악 여정은 새로운 밀레니엄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팬들은 2013년 나온 19집에 환호했고, 올해 마주한 20번째 앨범 앞에서 ‘경의’를 보내고 있다. 데뷔 이후 5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거장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다.

새 음반은 끊임없이 혁신을 꿈꾸는 작품들로 물결친다. 동시대의 어떤 음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세련됨이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식을 줄 모르는 음악 열정이다. 그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철저한 완벽주의자다. 모든 것을 음악에 쏟아붓는, 음악이 전부인 천생 ‘예술가’. 자신의 곡이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는 고백은 거짓이 아니다.

타이틀 곡 ‘그래도 돼’. 감정과 의미가 교차하는 이 노래에 많은 이들이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깜깜한 삶이라도 당신 곁에서 응원하는 존재가 있다는 메시지다.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의 기법도 절묘하다. 괴물과 좀비에 쫓기듯 살아온 전쟁 같은 삶에 대한 위로. 앞만 보고 달려가다 쓰러져버린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음악의 품격이란, 그래, 이런 것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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