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온천 도시’… 2030 덕후들이 몰려온다 [핫하다, 부산 온천]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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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해운대 일대 온천 이용
서울·경북 등 외지 고객 증가
2030세대 30~40% 이르러
젊은 층 중심 관광자원 기대

부산 동래구 온천장 일대 현재 모습. 싸이트브랜딩 제공 부산 동래구 온천장 일대 현재 모습. 싸이트브랜딩 제공

“골목마다 온천이 몰려 이상하고도 신기한 동네네요.” 30대 ‘온천 덕후’ 박희수 씨의 동래 온천 평가다. 동래구 주민인 그는 매주 1~2번은 꼭 동래 온천을 즐기는 마니아다. 온천도 온천이지만 동래 온천 골목을 누비는 일이 더 즐겁다고 한다. 레트로함이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개인 욕객뿐 아니다. 동래 온천을 찾는 관광 버스도 늘었다. 국내 대표 온천 지역의 하나인 경북은 물론 전남·북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관광 버스 손님들은 대형 욕장인 허심청을 주로 찾지만 전통 온천탕들을 골라 찾기도 한다.

부산 온천이 부활 조짐을 보인다. 10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래와 해운대 일대 온천이 다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내부적으로는 온천 문화를 비롯해 목욕탕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도 등장, 이른바 목욕 판도를 바꾸겠다고 벼른다. 서울이나 타지에서 온천을 목적으로 부산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전국 첫 목욕탕 전문 잡지가 지난해 부산에서 나왔다. 구독자가 아직 많지 않고 어려움도 있지만 ‘집앞목욕탕’은 어느새 7호까지 나왔다. 50대인 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가 발행인으로 20~30대 직원들과 손잡고 애쓴 결과다. 집앞목욕탕은 특집호인 7호에서 동래 온천을 주제로 잡기도 했다. 목 대표는 “부산의 젊은 세대가 직접 체험하고 느낀 동래 온천 이야기를 담았다”며 "온천업을 하시는 분이나 문화예술인들이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


부산 젊은이들이 목욕탕에 주목하는 만큼 전국 각지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산 온천을 눈여겨 보고 직접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산의 대표 종합온천시설인 동래 허심청 손님은 10~20대가 20%, 30대가 15%를 이룬다. 젊은 층의 목욕 문화 확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외지 손님들은 전통 온천보다는 해운대 일대 온천을 찾는 흐름을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내 스파랜드가 외지 손님을 이끄는 대표 시설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스파랜드 최근 이용 고객 가운데 외지 고객은 5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2030 손님이 40% 이상이다.

부산 온천은 온천 질 자체가 좋다. 동래와 해운대 온천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특유의 매력이 다시 빛을 발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두 온천은 부산이 한국 ‘목욕 명가’ 명성을 되찾는 핵심 자원이다. 동래 온천과 해운대 온천 온천수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실제 부산은 단일 도시 기준 전국에서 온천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다. 한국온천협회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3대 온천 도시로 지정된 아산시(38곳), 충주시(34곳), 창녕군(24곳)보다 보유 온천수가 훨씬 많은 61곳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부산 해운대 온천을 자주 찾는다는 50대 고 모 씨는 “사무직이어서 손끝 갈라짐이 심한데 온천만 하고 나면 피부가 다시 살아난다”고 평한다.

이 같은 부산 온천 부활 흐름을 잘 살리면 부산으로 관광객을 끄는 주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제안도 적지 않다. 아파트 등장 이후 목욕 문화가 변했고, 오래되고 쇠퇴한 것으로 인식되던 동네 목욕탕이 유명 온천 중심으로 명소나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대 석당학술원 전성현 교수는 “온천 자원이라는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운영 방식을 전략적으로 개선하고 문화 콘텐츠까지 입혀 낸다면 목욕탕 문화에도 ‘르네상스’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관이 함께 온천을 부산의 새 관광자원으로 브랜딩·개발하는 시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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