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상생기금 놓고 부산 상인 갈등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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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인스토어협회 약속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지원금
“깜깜이 합의” 일부 상인 반발
배분 관련 상인연합회 비판도

노동절인 1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추진에 반발해 마트 노동자들이 카트를 끌고 부산시청에서 2024 세계노동절 부산대회 행사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노동절인 1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추진에 반발해 마트 노동자들이 카트를 끌고 부산시청에서 2024 세계노동절 부산대회 행사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대형마트가 지급하는 ‘상생지원금’ 집행을 두고 부산시상인연합회와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시상인연합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전통시장 상생을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아 운용할 예정인데, 전통시장 상인들은 지원금이 골고루 나눠 줄 필요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국민신문고에 ‘부산시상인연합회가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서 상생기금을 받아 꿀꺽하려고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부산 지역 내 대형마트 휴무일 변경으로 인해 전통시장 피해가 예상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서 상생지원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안다”며 “부산시상인연합회가 대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산 지역 전통시장에 상생지원금을 분배하지 않고 자신들의 운영자금으로 쓰려고 한다”고 작성했다.

앞서 부산시상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은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중소유통 지원 방안에 대해 협약을 맺었다. 부산시상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전통시장 동반성장을 명목으로 상생지원금을 상인연합회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양측은 비밀 유지 조항으로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부산시상인연합회가 받기로 한 금액이 3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부산시상인연합회는 부산 지역 전통시장 190여 곳 중 80여 곳이 속해있는 대표 연합체다.

문제는 앞으로 받게 될 상생지원금 배분을 놓고 상인들 사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시상인연합회는 각 지역 시장 대표들이 모인 이사회를 거쳐 원금은 보존하면서 상인연합회관 건물과 주차장 매입 등 임대 수익금을 만들어 시장 상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채택했다. 전통시장의 각종 행사 지원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기금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뒤늦게 상생지원금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전통시장 상인들은 ‘깜깜이 합의’라고 반발한다. 상생지원금을 받기로 한 사실도 몰랐을뿐더러, 상인연합회가 어떠한 합의도 없이 자체적으로 지원금 활용 방안을 정했다는 것이다. 사상구의 한 전통시장 회장은 “부산 내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골고루 상생지원금이 배분돼야 한다. 상인연합회가 정한 방안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부산시상인연합회는 일부 상인들의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각 시장 대표들이 모인 이사회를 거쳐 모든 전통시장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공정하게 정했다”며 “상생지원금을 받게 되면 상인연합회 소속뿐만 아니라 모든 상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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