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출 자금 서울서 조달… 돈도 사람도 서울 집중 심화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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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예금액 지역 조달 66%
지역 대출 비중 74%로 훨씬 높아
시중은행 경쟁 자금 확보 힘들어
융통 차질 시 지역 경제 위축 심화
이전 공공기관 거래 의무화 절실

부산 부산은행 본점 건물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은행 본점 건물 모습. 부산일보DB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지역은행이 대출해줄 돈이 모자라 서울에서 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람 못지 않게 자금도 ‘지역 고갈, 서울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매년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은행의 수신액(예수금) 61조 500억 원 중 부산 지역에서 조달해온 비율은 66.9%로 최근 6년새 최저 수준이었다. 2020년 12월 말 기준 부산 지역에서 조달한 수신액은 전체의 72.46% 수준이었지만 이후로는 67~68%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반짝 70%대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올해는 66.9%로 6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49%포인트(P)가량 더 줄어들었다.

반면 부산은행 여신액(대출금) 62조 340억 원 중 부산 지역 기업·개인에 대한 대출 비중은 전체의 74.16%로 이보다 훨씬 높았다. 여신과 수신 비중이 7%P가량 차이가 나는데, 부산에서 돈이 모자라니 서울 등에서 조달해와 메꿔 넣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산은행의 예수금 중 수도권 지역에서 조달해온 돈의 점유 비율은 11월 말 기준 26.08%에 달한 반면, 대출에서는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11.24%에 불과했다. 부산은행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을 수도권으로 분류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불과 15년 전만 해도 부산은행이 강소은행으로 시중은행들보다 웬만한 지표는 더 좋았는데 지역에 좋은 기업들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졌다”면서 “지역에 돈이 풀려야 지역 경제에도 활력이 도는 만큼, 서울에서 상당히 높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자금을 조달해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자금 규모가 큰 기관 수신에 매달려야 하는데, 지역은행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같은 거대 자금이 있는 기관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다른 기관들도 부딪혀보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지역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 밀착형 금융, 관계형 금융 역할을 수행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자금이 없어 못 해주면, 지역에서의 자금 융통이 원활해지지 않아 경제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실제 최근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 경제 규모는 전체의 47.6%, 기업 매출은 41.8%에 이르지만 금융기관의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36.6% 수준으로, 지역은 금융 혜택에서도 많이 소외돼 있다. 이에 금융위도 지난 10월 ‘지방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지역에 제공되는 금융 규모가 지역 경제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금융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여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마중물로서, 지역에 대한 보다 과감한 자금 공급 확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계명대 경영학과 신진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총수신액 대비 지역은행 수신액이 1% 증가하면, 지역내 총생산은 0.45%, 사업체수는 0.39%, 근로자수는 0.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액 또한 1.04%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에서는 수도권-비수도권의 금융 불균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이전 공공기관 자금의 지역은행 예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역산업 육성과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지역 자본의 증가는 필수 요건이다. 신 교수는 “이전 공공기관들이 운용 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은 지역금융기관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공공기관 평가에도 반영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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