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통합 유치전… 울산 ‘인프라’ vs 대구 ‘전략·통제 기능’
울산 “미래지향적 기능 강화 차원”
대구 “가스공사 인력·매출 앞서”
김상욱 울산시장이 7일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에너지자원공사’(가칭) 울산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김상욱 울산시장이 7일 담화문을 발표하며 한국석유공사(울산 소재)와 한국가스공사(대구 소재)를 합친 가칭 ‘에너지자원공사’ 본사의 울산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정부가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 나흘 만이자, 대구시가 “통합의 중심은 가스공사이며 본사는 대구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이다. 지난 4일 울산시의 공식 브리핑에 이어 시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며 지자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김 시장은 가스공사 자산 53조 원·매출 35조 원·자본 10조 원, 석유공사 자산 19조 원·매출 3조 원·자본잠식이라는 수치를 열거하며 “과거와 현재만 생각하면 가스공사는 공룡이고 석유공사는 왜소하고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가스공사가 석유공사를 흡수하는 형태의 통합은 미래지향적 기능 강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통합의 기준은 ‘미래지향적 기능 강화’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구시가 내세운 규모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시장은 부산 해양수도, 광주 반도체, 대전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충북·전북·제주·강원·경남·세종까지 10개 시도의 주력 전략을 하나씩 거명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구는 맨 마지막에 ‘교통 물류 중심지’로 언급했다. 전국 단위의 역할 분담을 내세워 국가 에너지 분야만큼은 울산 몫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김 시장은 “정치적 고려나 지역 이기주의, 나눠먹기식 배치는 국가 전체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주된 유치 근거로는 인프라 집적을 내세웠다. 울산항이 세계 4위 액체화물 항만이라는 점을 비롯해 1680만 배럴 규모의 석유비축기지,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 198km 수소배관망, 2030년 연간 32만t 규모 세계 첫 수소터미널 조성,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등을 열거했다. 9조 2580억 원이 투입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의 연말 시운전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대구시 논리는 정반대다. 대구시는 지난 6일 자료를 내고 2025년 결산 기준 가스공사 인원 4305명·자산 53조 6278억 원·매출 35조 7273억 원으로 석유공사(1456명·19조 4442억 원·3조 1365억 원)를 크게 앞선다고 밝혔다. 특히 통합공사 본사의 핵심 역할은 생산·저장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현장 집행 기능보다 에너지 수급 관리와 해외 자원개발, 공급망 위기 대응 등 전략·기획·통제 기능에 있다고 못 박았다. 울산이 내세우는 현장 인프라 논리를 겨냥한 대목이다.
대구시는 전국 5346km 천연가스 주배관과 445개 공급관리소를 실시간 통제하는 중앙통제소가 이미 대구에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통합의 중심은 가스공사가 돼야 하고, 가스공사가 입지한 대구가 본사 입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울산의 담화문은 에너지자원공사 유치 논리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 정부 발표에 포함된 울산항만공사의 통합이나 한국동서발전 본사의 지위 변경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어, 이들 기관의 개편 방향에 따른 후속 대응 전략 마련은 과제로 남았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